<슬로 호시스 시즌2>
Apple TV +
슬라우 하우스는 영국 보안정보국(MI5)에서 좌천당한 요원들이 모인 곳이다. 대장 잭슨 램(게리 올드먼)은 방약무인으로 악명이 자자하다. 부하들은 상사 폭행, 도박 중독 등 하나씩 결함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실력만큼은 뛰어나다. 시즌1에서 MI5와 정치권이 깊게 엮인 극우파의 무슬림 청년 납치 사건을 해결한 것에 이어 시즌2에선 과거 소련 KGB의 잔재를 뒤밟기 시작한다. ‘느린 말들’이란 제목의 뜻풀이는 슬라우 하우스의 요원들을 비하하는 용어지만 시리즈 특유의 연출 경향을 빗대는 말이기도 하다. <슬로 호시스>는 과격하고 빠른 액션이나 차가운 색감의 통상적인 첩보물 대신 느리고 정적인 속도감, 따스하고 빛이 번지는 화면의 질감을 유지하다가 결정적인 순간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 손끝으로 빚어낸 시네마>
넷플릭스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를 다룬 제작기 다큐멘터리다. 무려 15년간 기획되어온 본작의 제작 과정을 30여분에 압축해 보여준다. 스톱모션 기법을 위해 손수 만든 캐릭터 인형, 미니어처 세트의 완성도나 원숭이 목소리를 연기하는 케이트 블란쳇의 모습 등이 흥미를 자아낸다. 특히 수많은 인형과 세트를 한땀 한땀 조작하며 촬영하는 제작진의 열정이 돋보인다. 이런 열정의 시간을 독자적인 하나의 작품처럼 담아낸 타임 랩스 영상은 실로 장관이다. 다큐멘터리 제목에서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시네마라는 단어를 사용한 점도 인상적이다. 수많은 영화 업계 종사자의 노력과 업무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시네마라는 것이 하나의 예술을 넘어 협업을 토대로 한 노동집약적 산업 체계임을 다시금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드래곤 에이지: 앱솔루션>
넷플릭스
정통 하이 판타지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6부작 애니메이션이다. 마법사들이 군림하는 성전에서 노예로 생활했던 엘프 미리암이 주인공이다. 성전에서 도망쳐 전문 암살자로 활동 중인 미리암이 마법사, 드워프 동료들과 마법사들의 보물을 훔치고 그들에게 대항하는 것이 이야기의 주요 골자다. 2010년대 큰 인기를 끌었던 게임, <드래곤 에이지>의 미디어 믹스다. 아직 소문만 무성한 네 번째 게임 시리즈와의 서사적 가교가 될 것으로 보여 원작 팬들이 관심을 보이는 중이다. 이런 이유로 롤플레잉 게임 특유의 방대하고 치밀한 세계관을 6부작에 녹이려는 초반부의 설정 과잉이 드러난다. 하지만 <무사 쥬베이>같이 유혈 낭자한 성인용 액션과 마법 전투의 탁월한 만듦새가 결점을 보완한다.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레드독컬처하우스가 제작했다.
<마블 비하인드 마스크>
디즈니+
마블이 왜 20세기를 넘어 2010년대의 대중문화를 삼킬 수 있었는지 명료하게 알려주는 다큐멘터리다. 스탠 리를 비롯하여 마블 코믹스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수많은 창작자가 등장해 스파이더맨, 판타스틱4, 엑스맨 등 유명 슈퍼히어로들의 탄생기를 읊어준다. 요점은 마블의 히어로들이 이중적으로 가지고 있는 일반인으로서의 고민이 모든 사회인의 깊은 공감과 몰입을 이끌었다는 점이다. 더불어 미국의 정치문화적 판도가 격변했던 60~70년대에 유색인종, 여성 인권 등의 쟁점을 선구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이다. 2010년대 흐름에 마블이 뒤처지지 않고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회상이 다분히 마블의 시선에서 펼쳐지면서 거론되는 DC 코믹스와의 라이벌 의식도 꽤나 흥미롭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