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이독자에게]
[이주현 편집장] 콘텐츠 무한 경쟁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2022-12-30
글 : 이주현

‘내 인생의 만화’는 언제 어느 때고 변함없이 <슬램덩크>다. <슬램덩크>의 영향력 아래에서 나는 유년기를 보냈다. 1990년대 초반, <슬램덩크>의 새 단행본이 나오는 날이면 오빠와 함께 천원짜리 지폐 2장을 들고 동네 서점으로 달려갔다. 과자 사먹을 돈 아껴서 구매한 새 만화책을 누가 먼저 읽을 것인지를 놓고 씨름하는 것마저 즐거움이었다. 서태웅을 좋아해서 무뚝뚝하고 싸가지 없는 성격까지 닮아갔고, 캐릭터들을 따라 그리다 그림에 재미를 붙여 나도 만화가가 되어볼까 생각한 적도 있다. 무엇보다 그 시절의 수많은 10대들이 그러했듯 <슬램덩크>를 통해 농구의 세계에 입문했으며 이후 거의 모든 스포츠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흔하디흔한 스토리가 바로 나의 얘기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국내 개봉에 맞춰 이노우에 다케히코 작가·감독과 <씨네21>의 독점 인터뷰가 성사되었다. 그는 친필 메시지까지 보내왔다. <슬램덩크>와 함께 1990년대를 보낸 이들은 더없이 뭉클하고 반가운 마음이 들 것이다. 일본에선 <슬램덩크>가 <아바타: 물의 길>을 누르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데, 새삼 <슬램덩크>의 파급력과 추억의 힘을 실감하게 된다.

<슬램덩크>에 영감을 준 마이클 조던의 이야기는 2020년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다큐멘터리 <마이클 조던: 더 라스트 댄스>에 잘 그려져 있는데, 최근 OTT 플랫폼에선 스포츠 관련 콘텐츠가 다수 제작되고 있다. 마이클 조던을 비롯, 한 세기에 나올까 말까 한 최고의 스타 선수들은 그 자체로 보석 같은 캐릭터가 되고 그들의 기적 같은 성공 신화는 논리와 개연성으로 태클 걸 필요 없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된다. 스포츠 콘텐츠 시장의 확장은 최근 OTT 플랫폼들이 스포츠 중계권 확보에 힘쓰는 모습에서도 확인된다. 국내에선 대표적으로 쿠팡플레이가 슈퍼볼 독점 중계 등의 서비스로 재미를 보았다. 김성한 쿠팡플레이 총괄은 “스포츠 중계도 하나의 콘텐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2023년엔 더 많은 리그를 커버하기 위해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Apple TV+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도 주요 스포츠 리그 판권을 사들여 스포츠를 통한 이용자 확보를 도모하고 있다. 한국영화 주요 투자배급사 투자책임자들의 신년 인터뷰에 이어 이번주엔 OTT 콘텐츠 책임자들의 신년 인터뷰를 전한다. 넷플릭스, 디즈니+, 웨이브, 쿠팡플레이, 티빙까지 5명의 OTT 콘텐츠 책임자들은 모두 신중하게 말을 골라 더욱 치열해진 OTT 플랫폼간 경쟁에서 어떤 식으로 차별화를 도모하고 어떤 식으로 확장을 꾀하려는지 들려주었다. 이제 시장의 분위기를 살피고 테스트를 하는 시기는 지나갔다. 2023년엔 본격적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 이용자 입장에서 보자면, 더 많은 플랫폼이 더 많은 콘텐츠를 제공한 것은 맞지만 더 많은 콘텐츠가 꼭 더 좋은 콘텐츠로 이어졌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다. 다양해진 선택의 폭이 질적 성장으로까지 이어지길 바라며, 2023년의 OTT 콘텐츠들에 부지런히 안테나를 세우려 한다.

P.S. ‘디스토피아로부터’의 지면을 맡아주었던 김겨울 작가가 마지막 인사가 담긴 원고를 보내왔다. 오랜 기간 성실한 필자로 함께해준 김겨울 작가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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