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라일 라일 크로커다일’, 라일이 인간 말 듣지 않고, 하고 싶은 거 다 하길
2023-01-18
글 : 김철홍 (평론가)

떠돌이 쇼맨인 헥터(하비에르 바르뎀)는 오늘도 무대에서 쫓겨난다. 성공을 향한 그의 열망이 간절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관객을 사로잡을 만한 확실한 무기가 없는 게 문제다. 포기를 모르는 헥터는 새로운 아이템을 찾기 위해 뉴욕의 한 희귀 동물 상점을 찾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연히 노래하는 악어 라일(숀 멘데스)을 발견한 뒤 희망에 부푼다. 그러나 문제는 라일에게 무대 공포증이 있다는 것이다. 헥터와 있을 땐 그 누구보다 뛰어난 노래를 들려주지만, 수많은 관중 앞에 나서면 라일은 입을 떼지 못한다. 그 결과 상황이 더 악화된 헥터는 뉴욕을 떠나게 된다. 라일을 집에 홀로 남겨둔 채로 말이다.

1년여의 시간이 흐른 뒤, 라일이 있는 집으로 한 가족이 이사를 온다. 12살의 조쉬(윈슬로우 페글리)는 그렇게 다락방에서 라일을 만난다. <라일 라일 크로커다일>은 혼란스러운 뉴욕이라는 도시에서 적응하지 못하던 조쉬가 비슷한 처지에 있던 라일과 우정을 쌓으며 차차 성장하는 과정을 찬찬히 보여준다. 약간의 소동이 있긴 하지만, 조쉬의 가족은 노래하는 악어를 그럴 수 있다는 듯 어렵지 않게 반려동물로 받아들인다. 갑작스러운 헥터의 귀환 또한 특별한 갈등 없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위기는 악어라는 동물이 인간의 집에 머무는 것을 용납할 수 없는 사람들의 반발에서 비롯된다. 이제 라일은 그들의 마음을 돌려놓기 위해, 말하자면 악어에 대한 사람들의 공포증을 없애기 위해 자신의 무대 공포증을 극복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라일 라일 크로커다일>은 미국의 아동문학 작가 버나드 웨이버의 동명 베스트셀러 시리즈가 원작인 실사 뮤지컬영화다. 잘 알려진 동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인 만큼 이야기 자체는 열린 마음으로 보아야 하는 측면이 있다. 무엇보다 라일을 향한 영화 속 사람들의 반응의 편차가 크다. 이 세계가 영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다소 조작된 현실이라는 것만 받아들인다면, 영화가 제공하는 오리지널 스코어에서 충분한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뮤지컬영화의 기본적인 규칙이기도 하다. <라라랜드>와 <위대한 쇼맨> 등 성공한 뮤지컬영화를 통해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수상한 벤제이 파섹과 저스틴 폴이 영화의 음악감독을 맡았고, 국내에서도 많은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캐나다 싱어송라이터 숀 멘데스가 라일의 목소리를 연기한다. 모션 캡처를 통해 구현된 라일의 귀여운 모습은 목소리만큼이나 매력적이다.

“지금 우리를 봐.”

극중 헥터와 라일이 처음 호흡을 맞추는 노래의 제목(《Take a Look at Us Now》)으로, 이야기의 흐름과 분위기에 따라 여러 번 변주된다. 같은 가사가 상황에 따라 얼마나 다르게 들리는지 유의하여 들어보시라.

CHECK POINT

<숀 멘데스 스토리>(감독 그랜트 싱어, 2020)

어린 나이에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가수가 된 숀 멘데스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을 만들어 적극적으로 사회 활동을 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그중엔 영화와 관련된 것도 있다. 바로 자신의 고향에서 열리는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사회 변화에 기여한 의미 있는 영화에 상을 주는 ‘체인지메이커상’을 후원하고 있는 것. 현실의 그 역시 라일처럼 사람들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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