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뒤면 민족 최대의 명절 설이다. 명절의 의미가 휴가의 의미로 대체된 지 오래지만, 맛있는 떡국과 세뱃돈과 덕담과 새해 인사는 여전히 설 연휴를 훈훈하게 만든다. 깨끗한 마음으로 열심히 새해를 살아보겠다는 다짐 혹은 계획도 더이상 미룰 수 없다. 음력 1월1일이 되었으니 진짜 새해가 시작된 것이다. 새해에는 감사의 마음을 부지런히 전하며 살자는 소소한 다짐도 해본다. <씨네21> 설 합본 특대호를 만들면서도 감사한 사람이 참 많았다. 우선 2023년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망 특집 기사에 참여해준 64명에게 특별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제작사, 투자배급사, 매니지먼트사 등 영상 콘텐츠 산업에 종사하는 주요 산업 플레이어 64명(명단은 56쪽에 실려 있다)이 올해 영상 산업의 키워드부터 올해 주목하는 배우와 감독과 제작사, 올해 기대하는 영화와 드라마 등을 꼽는 길고 긴 설문에 기꺼이 응해주었다. 업계에서 바쁘기로 소문난 이들인데도, <씨네21>은 왜 매번 이런저런 설문으로 귀찮게 하느냐며 거절하지 않고 수락해줘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올해 설문 결과에서 신선했던 항목은 ‘올해 가장 주목하는 연출자’ 부문이었다. 천만 흥행 감독이나 이른바 ‘빅 네임’ 대신 <더 글로리>의 안길호 감독이 업계에서 가장 주목하는 연출자 1위에 올랐으며, <D.P.> 시즌2 공개를 앞두고 있는 한준희 감독이 2위, 지난해 <작은 아씨들>을 성공시킨 김희원 감독이 4위를 차지했다! 안길호 감독의 경우 아무래도 가장 최근에 화제가 된 작품의 연출자이고 3월에 공개될 <더 글로리> 파트2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달한 시기적 이유도 있겠지만, 웰메이드 시리즈 연출자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이만큼 뜨겁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외에도 세대교체를 실감하게 한 배우 부문과 올해의 기대작을 보면 2023년 콘텐츠 지형도가 자연스레 그려질 것이다.
다음으로 감사할 인물은 배우들이다. 영화로는 대면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정이>의 김현주, 한동안 할리우드에서 촬영하느라 <브로커> 때도 만나지 못했던 <다음 소희>의 배두나, 그리고 본인의 영화 홍보가 아닌 <유랑의 달> 이상일 감독과의 영상 인터뷰에 나서준 송강호까지 설 합본호에 친히 등장하여 멋진 생각과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씨네21>의 든든한 지원군이자 오랜 친구라 할 수 있는 이들 덕에 설 합본호가 더욱 풍성해졌다. 걸그룹 뉴진스를 제작한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 뉴진스의 <Ditto> <OMG>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신우석 돌고래유괴단 대표도 <씨네21>과 첫 만남을 가졌다. 이처럼 올해 <씨네21>은 K콘텐츠 전반으로 더듬이를 길게 뻗어 재미난 인물과 이야기, 덕질하기 좋은 콘텐츠와 현상을 발견하려 노력할 것이다.
준비한 기사, 소개할 기사는 더 많지만 지면 부족으로 오늘도 언제나처럼 얼렁뚱땅 에디토리얼을 마무리해야 할 것 같다. 새해 다짐이 무색하게, 사람은 참 변하지 않는다. 부디 <씨네21> 설 합본 특대호가 2023년 계묘년 새해의 기분 좋은 선물이 되었으면 한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