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만큼 사랑해>
디즈니+
지구화학자 카티아와 지질학자 모리스 부부는 첫사랑과 끝사랑이 겹친다. 이들이 평생 연모한 대상은 바로 화산이다. <화산만큼 사랑해>는 연구 경력 평생 동안 화산지대를 탐사하며 그 결과를 학계와 대중에게 공유한 스타 화산학자 부부에 관한 다큐멘터리다. 1966년 첫 만남부터 1991년 사망까지 부부의 이야기와 이들의 연구 행적을 톺는 다큐멘터리에 끊임없이 삽입되는 장엄하고 아름다운 영상은, 실제 카티아와 모리스 부부가 촬영한 미공개 연구 영상들이다. 그래서 <화산만큼 사랑해>의 오프닝 크레딧에 부부와 함께 등장하는 수많은 산은 명백한 공동 주연이다. 2022년 선댄스영화제부터 화제를 모았던 이 작품은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다큐멘터리상 부문 후보 지명을 받았다.
<아폴로 10 1/2 : 스페이스 에이지 어드벤처>
넷플릭스
리처드 링클레이터가 다시 텍사스로 돌아왔다. 링클레이터가 회억하는 1969년의 미국 텍사스는 대내적으로 첨단이 선사하는 낙관으로 가득한 시기였고, 대외적으로 우주 경쟁과 베트남전쟁으로 혼란한 시기였다. 주인공 소년 스탠은 아폴로 11호 발사 전 아폴로 10 1/2호를 통해 극비로 달에 다녀온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영화는 링클레이터의 다양한 전작들과 일대일 대응이 가능하다. <에브리바디 원츠 썸!!>처럼 그가 직접 경험한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웨이킹 라이프> <스캐너 다클리>와 마찬가지로 로토스코핑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다. <스쿨 오브 락> <버니> 등에서 감독과 몇 차례 호흡을 맞춘 잭 블랙이 1969년 당시 링클레이터 감독의 실제 나이와 동일한 스탠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씨 하우 데이 런>
디즈니+
1953년 런던 웨스트엔드에선 애거사 크리스티의 <쥐덫> 연극이 성황리에 공연 중이다. 여느 때처럼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친 배우와 스탭은 공연 100회 기념 축하 파티를 즐긴다. 그러던 중 <쥐덫>을 영화화하기 위해 영국을 방문한 미국 영화감독 리오가 살해된 채 무대 위에서 발견된다. 열정 가득한 신참 스토커 순경과 베테랑 수사관 스토파드 경위가 극장을 찾고 주연배우와 제작자, 극장 대표 등 그간 리오와 갈등 중이던 연극 관계자들이 용의선상에 오른다. 오프닝부터 후더닛의 장르 관습을 전복할 것을 선언하는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공표 달성 여부가 모호해지지만 영화가 소재로 취하는 크리스티의 소설을 영화 안팎으로 효과적으로 차용하며 플롯을 만들어간다. 웨스 앤더슨의 영화를 연상케 하는 프로덕션 디자인도 눈여겨볼 만하다.
<블랙버드>
Apple TV+
전도유망한 미식축구 선수였던 지미는 현재 불법 마약 브로커 일을 하며 살아간다. FBI에 체포된 지미는 10년형을 언도받아 복역하나 감옥에서도 밀거래를 하며 장사 수완을 발휘한다. FBI와 미 검찰청은 지미의 교섭 능력을 눈여겨보고 석방을 조건으로 그에게 연쇄살인범 래리의 자백을 받아줄 것을 제안한다. 총 6부작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블랙버드>는 여러 시점의 이야기를 교차하며 밀도 높은 서스펜스를 만들어가는 편집이 특히 주목할 만하다. <미스틱 리버> <셔터 아일랜드> 등 스릴러영화로 찬사를 받은 작품들의 원작 소설을 쓴 데니스 러헤인이 각색과 총제작에 참여했다. 래리 역을 맡은 폴 월터 하우저는 2023년 골든글로브 시상식과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에서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