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황금곰 축제의 라인업이 나왔다. 2월16일부터 26일까지 열리는 제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이하 베를린영화제) 준비가 한창이다. 지난 1월23일 ‘베를린 축제 공연의 집’에서 카를로 카트리안과 마리에테 리센베크 공동집행위원장은 경쟁부문 18편과 인카운터스 부문 16편의 영화를 발표했다. 베를린영화제 단골 손님인 홍상수 감독의 <물 안에서>는 인카운터스 부문에서 선보인다. 인카운터스는 3년 전 새 집행위원회가 들어서면서 만든 부문으로 경쟁부문에 버금간다. 인카운터스는 영화의 전통적 형식에 물음을 던지며 실험적 시도를 감행한 예술영화를 선별한 섹션이다.
경쟁부문은 예년처럼 독일영화가 강세다. 81살의 여성 거장 감독 마르가레테 폰 트로타의 <잉에보르크 바흐만-사막으로의 여행>, 크리스티안 페촐트의 <빨간 하늘>, 에밀리 아테프의 <언젠가 우린 서로에게 모든 것을 말할 거야> 등 세편이 진출했다. 그 밖에도 한국 이주민 이야기를 다룬 셀린 송의 데뷔 영화 <패스트 라이브스>도 눈길을 끌었다. 독일 유력 주간지 <슈피겔>은 필리프 가렐의 <북두칠성>과 존 트렌고브의 <마노드롬>의 수상이 유력하다고 점쳤다. 카를로 카트리안 집행위원장은 “우리는 영화가 서로 다른 생각의 지점을 연결하는 촉매제이며 혁명적인 것으로 이해한다”고 밝히며 다양한 시각과 주제의 영화들을 나란히 선별해놓았음을 시사했다. 경쟁작 18편의 감독 중 11명은 이미 베를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했으며 그중 3명은 데뷔 영화로 경쟁부문에 올랐다.
이번 영화제의 주제로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민주화의 격랑이 현재 진행 중인 이란이 빠질 수 없다. 숀 펜과 아론 카우프만이 우크라이나에 직접 찾아가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인터뷰해 만든 다큐멘터리 <슈퍼파워>도 스페셜 갈라 부문에서 선보인다. 영화제측은 이 영화에 대해 “통제하기 어려운 현실을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들도록 강요하는 프로젝트”라고 소개했다. 파노라마 부문과 제너레이션 부문에도 우크라이나 관련 영화들이 상영된다. 이란과 관련된 영화는 언급되지 않았는데, 이란 친정부 성향의 감독들은 이번 영화제에 초대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 수많은 문화 기관이 베를린영화제에 우크라이나와 이란에 대한 연대를 표한다고 밝혔고, 영화제측은 이란과 우크라이나가 이번 영화제 기간 중에 뜨거운 토론 주제가 될 것을 암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