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말(건국 기념일 주말) 개봉한 샤루크 칸 주연 첩보 액션 스릴러 <파탄>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 중이다. 인도영화 팬이라면 샤루크 칸이 아미르 칸, 살만 칸과 더불어 발리우드의 전성기를 견인해왔다는 것을 알 것이다. 하지만 영원한 흥행 공식 같던 그도 최근 활약이 주춤했던 것은 사실이다. 이를 두고 단지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로 보거나 50대 후반으로 접어든 나이 탓을 하기는 어렵다. 배우보다 제작자로 역량을 발휘하는 등 언젠가는 그의 현역 시대도 지나가겠지만 그보다는 최근 발리우드의 트렌드에서 이유를 찾아야 할 것이다. 마살라 무비, 그 자체였던 그의 최근 출연작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아미르 칸과 살만 칸의 마지막 흥행작도 2010년대 중후반에 머물러 있지만 샤루크 칸은 그 이전으로 돌아가야 찾을 수 있다. 이에 더해 팬데믹 이후 지역 영화의 대흥행은 인도 상업영화의 중심인 발리우드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과 함께 포스트 칸 시대에 대한 심증을 가지게 만들었다. 아직 3대 칸의 아성에 미치지 못하지만 꾸준히 활동 중인 재능 있는 발리우드 배우는 많다.
다만 이럴수록 샤루크 칸은 칼을 갈았다고 볼 수 있다. 과거 그의 영화가 모든 경쟁작들의 개봉 시점을 좌지우지하는 기준이었다고 하면 이번엔 <아바타: 물의 길>의 공세를 피하는 등 개봉 시기까지 신중히 저울질했다. 그 결과 <파탄>은 예약 폭주로 하루 만에 10억루피 클럽에 가입하는 기염을 토했다. 개봉 한달까지 국내 수익은 50억루피를 가뿐히 넘었을뿐더러 해외 수입까지 합하면 100억루피에 육박하고 있다. 역대 최고 흥행작 <당갈> 아래 포진한 지역 영화들(<바후발리2> <K.G.F: Chapter2> <RRR>)과 가까워진 상황(힌디영화 역대 2위)인데 어디까지 올라갈지 주목된다.
한편 <파탄>은 짐작 가능한 스파이 스릴러의 전형을 따른다. 영화는 쉽고 단순한 길을 택하고 있으며 내용에 대해서는 다소 박한 평가를 받을 수 있지만 샤루크 칸 특유의 화려함과 건재한 비주얼을 보기 위해 많은 관객이 모여들고 있다. 그간 자존심이 조금 상했을 수 있지만 작정한 이상 발리우드 대표 스타의 가공할 티켓 파워는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다. <파탄>의 성공은 그런 상황을 시의적절하게 증명하고 있다. 현지 소식에 따르면 샤루크 칸은 영화의 내용처럼 상처받은 사자가 배고픈 사자보다 위험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칸의 완벽한 컴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