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플레인’, 클래식을 넘어 과거에 안착
2023-03-17
글 : 정예인 (객원기자)

토렌스(제라드 버틀러)는 트레일블레이저 항공의 기장이다. 딸을 만나러 하와이로 향하겠다 약속한 그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비행에 나섰다. 문제는 악천후다. 승객이 적으니 가장 짧은 노선으로 이동해달라는 항공사의 요구에 비행 노선이 폭풍 위로 가로지르게 된 것이다. 결국 기체에 번개가 내리치며 항공 전자 시스템이 다운된다. 토렌스와 부기장 델레(요손 안)는 수동 운전으로 전환한 후 비상착륙을 시도해 필리핀 서부 어딘가의 육지에 안착하는 데까지는 성공한다. 그러나 비행기가 착륙한 지역이 필리핀 정부의 관리가 미치지 않는 분리주의자의 점령지라는 점과 기내에 동승했던 살인 용의자의 존재는 토렌스를 고민에 빠뜨린다. 분리주의자들이 승객을 인질 삼아 몸값을 요구하는 사이 토렌스는 승객을 무사히 집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분투한다.

<플레인>은 액션 스릴러의 문법을 충실히 구사한다. 인재로 발생한 위기 상황을 타개해가는 히어로. 가족을 사랑하고, 불의에 저항하며, 직업윤리 의식이 투철한 인물이 그 영웅 자리에 적격이다. 영화 <300>으로 잘 알려진 제라드 버틀러는 평범한 가장이지만 총격전과 난투를 능히 해내는 토렌스 역을 매끄럽게 소화한다. 다만 토렌스의 서사를 완성하기 위해 들여온 ‘외부의 적’에 대한 묘사는 아쉬움을 남긴다. 서구권의 승객을 구하지 못하는 무력한 필리핀 정부와 미국 용병에 의해 처단되는 무장 단체라는 구도는 지나치게 단순하다. 지금도 필리핀에서 무장 단체로 인한 준내전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영미권 백인 남성을 영웅화하기 위해 타 인종을 적으로 배치하는 방식은 재고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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