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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추천작] ‘세계사 Part2’ ‘슈퍼 리그: 축구 전쟁’ ‘우수’ ‘컴온 컴온’
2023-03-17
글 : 이우빈

<세계사 Part2>

디즈니+

로마노프 왕조의 마지막 생존자 아나스타샤 공주가 소셜 미디어로 공구를 모집한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틱톡으로 지동설을 설파한다. 예수는 사도들과 함께 자신의 마지막 설교를 스튜디오에서 녹음 중이다. 심지어 이들의 모습은 비틀스의 마지막을 닮아서 막달라 마리아는 사사건건 그들의 작업에 훼방을 놓기까지 한다! 이렇게 <세계사 Part2>에는 역사 한 조각에 거대하고 저급한 상상력을 끼얹은 에피소드들이 쉴 새 없이 몰아친다. 심히 멍하고 혼란스러운 대체 역사의 서사가 작금의 숏폼 형식을 유영하며 어처구니없는 리듬을 만드는 모양새다. 영화 <세계사>에 이어 40여년 만에 돌아온 후속작이다. 원작을 만든 멜 브룩스가 제작했다. 1970~80년대 걸출한 패러디 코미디를 선보였던 그는 100살 가까운 나이에도 건재함을 증명한다.

<슈퍼 리그: 축구 전쟁>

Apple TV+

지지난해 세계 축구 팬의 심장을 쥐고 흔들었던 ‘슈퍼 리그’ 이슈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슈퍼 리그란 유럽축구연맹(UEFA)의 챔피언스 리그를 위시한 유럽 축구의 지형도를 개혁하고 새로운 리그를 출범하겠단 계획이었다. 흥미로운 논점은 본 사건이 단순히 축구계의 문제가 아니란 것이다. 가령 UEFA 회장인 알렉산드르 체페린은 슬로베니아 출신이다. 반면 슈퍼 리그측의 안드레아 아 리 전 유벤투스 FC 회장은 페라리나 피아트 등을 만든 이탈리아의 대부호 가문의 기업인이다. 즉 유럽에 잔재해 있는 이념간의 갈등이 두드러지는 셈이다. 또 오일 머니로 유럽 축구의 판도를 뒤흔드는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중동 국가나 유럽으로 눈을 돌려 장을 흔드는 미국 부호들의 속내를 보노라면 작금의 세계 정세가 한눈에 들어온다

<우수>

왓챠, 웨이브, 티빙

사진관을 운영 중인 무명의 중년 남성(윤제문)은 대학 후배 철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단 소식을 접한다. 자신도 죽음을 계획 중이었기에 이러한 소식은 그에게 묘한 감응을 건넨다. 이에 그는 한때 철수와 함께 어울렸던 후배와 전 연인을 데리고 철수의 장례식장으로 향한다. 그리고 도로 위 차 안에서 셋은 시답잖은 옛날이야기, 허풍, 잡담으로 시간을 채운다. 다분히 소소하고 단순한 서사지만 골똘한 고민으로 여민 장면들이 작품을 풍성하게 만든다. 인물간의 감정을 어떤 구도로 표현할지, 주인공과 철수의 관계를 어떻게 나타낼 것인지 등에 관해서 흥미로운 화면이 이어진다. 이를테면 종래의 영화에선 쉬이 보기 힘들었던 과격한 카메라워크나 계산적인 초점 이동이 작위적이기보단 산뜻하면서 생경한 감상을 자아내는 식이다.

<컴온 컴온>

왓챠

<컴온 컴온>은 조니(호아킨 피닉스)가 9살 조카 제시(우디 노먼)와의 시간을 통해 삶을 채워가는 모습을 그린다. 어느 날 조니는 여동생의 부탁으로 몇주 동안 제시를 돌보게 된다. 조니는 미국 전역의 청소년들과 인터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터라 둘은 뉴욕, 뉴올리언스 등을 여행한다. 그런데 제시는 사뭇 기행에 가까운 모습들로 조니를 당황시킨다.

불현듯 자신을 고아로 소개하는 ‘고아 놀이’를 한다거나 도심에서 갑작스레 사라지는 식이다. 조니는 이러한 제시의 행동과 감정이 정신 질환을 앓는 아버지, 불안정했던 가정환경에 기인했음을 알고 조카를 위로한다. 이에 묵혀둔 감정을 토해낸 제시의 맞은편에서 조니 역시 가족과의 관계를 새로이 되새기게 된다. 흑백 화면의 아스라한 질감이 유독 따스하게 느껴지는 여행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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