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83 운행 시작합니다.” 매력적인 저음으로 복수 대행의 출발을 알리는 택시 기사 김도기(이제훈)가 돌아왔다. 법으로 처벌이 어려운 범죄자들을 응징하는 과정에서 사적 제재의 한계와 위험을 겪고 흩어졌던 무지개 운수팀이 다시 뭉치는 SBS <모범택시> 두 번째 시즌의 새 의뢰는 해외 취업 사기로 인한 성인 실종 사건이다. 시즌1에서 “사람을 찾는 것은 우리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복수는 가능합니다”라고 했던 도기의 말을 떠올려보면 시즌2에서 ‘우리 일’의 범주도 변화했음을 알 수 있다.
2년 사이 복수 비용을 정산하는 모범택시 미터기 기본요금은 6500원에서 7천원으로 인상됐고, 범죄 피해 유족 지원 단체 무지개재단과 택시회사를 운영하는 장성철 대표(김의성)가 자살 위험 스폿을 찾아다니며 붙이는 노란 스티커 명함 문구도 달라졌다. ‘죽지 말고 복수하세요. 대신 해결해드립니다’에서 ‘죽지 말고 전화하세요. 대신 해결해드립니다’로 바뀐 메시지는 차마 복수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자책하는 피해자들에게 가닿는다. 효도 공연으로 노인들을 꾀어 카드와 핸드폰 발급 사기를 치는 일당에게 당했던 할머니처럼 가족들에게 알려질까 두려워 혼자 짊어지려는 이들을 도울 기회를 확장한 것이 시즌2. 앞선 시즌에서 피해 사례는 많은데도 파랑새에 도움 요청이 전혀 없었던 사례로 보이스피싱 범죄를 다루며 사기 피해자의 주변인들이 당한 사람을 바보 취급하고 비난하는 분위기를 짚었던 문제의식의 연장이다.
범죄자를 사설 감옥에 가두던 전 시즌보다 그들이 스스로 어두운 마음의 감옥에 갇히도록 판을 짜는 김도기의 복수 설계도 진화했다. 나사를 헐겁게 풀고 과장되게 연기하는 김도기의 ‘부캐’들과 무지개 운수팀의 활약에 낚이는 범죄자들을 보고 있으면 유명한 밈 하나가 떠오른다. ‘스스로 불러온 재앙에 짓눌려~.’
CHECK POINT
김도기가 모는 모범택시의 엠블렘은 무지개 운수의 상징인 반원형 무지개 모양으로 개조한 것. 엠블렘이 독특한 택시가 또 있다. <TV도쿄> <택시 반점>(웨이브)은 일본식 중화요리 식당을 사랑하는 택시 기사가 흰색 중식 숟가락을 택시 보닛에 붙이고 다닌다. 지니TV 오리지널 <딜리버리맨>의 택시는 억울한 이들의 사연을 청취하는 도기의 택시처럼 귀신의 소원을 들어주는 귀신 전용으로 특화되었다. 기사 서영민(윤찬영)은 빈집털이범을 추적하는 긴박한 상황에도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칼 같이 시속 30km를 지키는 모범 운전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