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 감독 맷 러스킨 / 출연 키이라 나이틀리, 캐리 쿤, 알렉산드로 니볼라, 크리스 쿠퍼 / 플레이지수 ▶▶▶▶
작품은 리처드 플라이셔 감독의 1968년작 <보스턴 교살자>의 리메이크라기보다 동일 소재를 다룬 또 다른 영화에 가깝다. 사이코패스 살인마가 등장하는 영화가 범인의 공허한 정서를 근거로 인간성을 성찰하거나, 장르 색채를 도드 라지게 하는 데 골몰하고, 드물게 시대상을 비판적으로 그리는 제스처로 고매함을 꾀한다면, 작품은 모든 관심을 앗아가는 살인범에 가려진 피해자, 다시 말해 여성에 주목하면서 비슷한 작품들이 본의 아니게 품은 위선을 고발한다.
신문사 레코드 아메리칸 기자인 로레타(키이라 나이틀리)는 패션이나 요리를 전문으로 취재하는 생활부 소속이지만 연이어 터지는 범죄 사건이 눈에 밟힌다. 그는 시간을 따로 들여 사건을 취재하겠다는 말로 겨우 편집장의 허락을 얻어 최근 발생한 노령의 여성 살해 사건에서 공통점을 발견하고 범인이 동일 인물임을 암시하는 증거를 찾아낸다. 보스턴 교살자를 인지한 최초의 공적 시선이다. 그러나 사회 불안을 핑계로 무능함을 감추려는 보스턴 경찰 당국은 신문사를 찾아와 협박하고, 신문사 핵심 간부도 그릇된 남성성의 상징인 당국에 동조한다. 돌아보면 뚜렷한 기준 없이 범죄 사건을 주로 다루는 사회부에 여성 인력이 진출하는 일을 금기시하고, 일하는 여성을 대놓고 비난하는 사회 분위기는 복수의 보스턴 교살자들의 심리 근저에 자리 잡은 변태 성욕이나 폭력성과 그리 멀지 않다. 희생자가 여성뿐인 사건을 주되게 취재한 인물이 로레타와 진 두 여성이었고, 유력한 용의자를 잡았음에도 사건 대부분이 미제로 돌아간 건 흔한 여성 폭력이 강력한 배경으로 작동했으며, 이후 로레타는 남편과 이혼하고 진과 오랫동안 친구로 남았다는 후일담까지를 보자면 영화가 끈질기게 괄호에 넣고 배제해온 게 무엇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