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죽음만큼 부조리한 것은 없다. 단 한번뿐인 인간의 삶은 언젠가 끝이 날 수밖에 없고, 또한 그것이 사라진다 해도 세상은 조금의 변화도 없을 것이다. 이에 대해 느끼는 부당함의 감정과, 그 부당함의 원인을 찾으려는 시도는 따라서 인간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의 제목, <찬란한 나의 복수>가 지시하는 복수의 대상 역시 여기에 기반한다. 하지만 그 대상은 다분히 상상적인데, 그것이 영화 안에서 어떤 전형성을 가진 인물로 드러난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인물이 영화 외적으로는 ‘악’으로 이름 붙여진다는 점에서 그렇다.
영화는 두개의 파트로 나뉜다. 첫 번째 파트에서는 뺑소니 사고로 자식을 잃은 형사 류이재(허준석)가 술 문제로, 또는 사고를 저지른 범인을 찾기 위해, 아니면 두 가지 모두의 이유에서 전출을 거듭하다가 남원으로 흘러든다. 이곳에서 그는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여자 엄소현(남보라)을 만나고, ‘새로운 삶’을 살고자 한다. 두 번째 파트에서 류이재는 우연히 뺑소니 사고의 범인 임학촌(이영석)과 마주친다. 하지만 공소시효는 이미 끝났고, 형사로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결국 이 영화의 이야기에서 문제화되는 것은 류이재의 선택이다. 나머지 두 캐릭터가 그 선택을 위한 구실로 자리하는 동안, 특히 임학촌으로부터 전경화되는 세계의 적대는 류이재의 선택을 편리하게 만들어주기 위한 도구에 불과해진다. 이 영화는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니다. 선한 적 없는 선이, 그럼에도 선함이 되길 바라는 주문에 가깝다. ‘악’으로 표현되는 어떤 것의 편의적 해석은 결코 그 부당함에 닿을 수 없다. 오히려 때로는 그러한 의지마저 의심스러운 것으로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