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꿎은 제작진과 다른 배우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 배우 유아인은 2023년에만 세 작품을 공개할 예정이었다. 영화 <승부> <하이파이브>, 드라마 <종말의 바보>가 그것이다. 지난 시즌의 인기에 힘입어 시즌2를 준비 중이던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또한 크랭크인을 준비 중이었다.
<지옥> 시즌2(제작 클라이맥스스튜디오, 와우포인트・제공 넷플릭스)의 대처는 발 빨랐다. 시즌1에서 유아인이 연기한 새진리회 의장 ‘정진수’ 역을 배우 김성철에게 맡긴 것이다. 이번 달 2일 배우 교체를 알린 <지옥> 시즌2는 오는 6월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다.
문제는 이미 촬영을 마친 작품들이다. 한국 바둑의 두 전설 조훈현(이병헌)과 이창호(유아인)의 대결을 그린 영화 <승부>(제작 영화사월광・배급 에이스메이커・제공 넷플릭스)는 2021년 촬영을 마치고 올해 2분기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공개 예정이었다. 이사카 코타로의 연작 소설을 원작으로 한 시리즈 <종말의 바보>(제작 아이엠티브이・제공 넷플릭스)도 마찬가지로 넷플릭스를 통해 2023년 공개 예정이었다.
그러나 유아인의 경찰 출석이 이뤄진 27일 이후 넷플릭스는 <승부>와 <종말의 바보> 공개를 잠정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구체적인 (변경된) 공개 일정은 확정되는 대로 다시 안내할 것”이라 전했다. 한편 두 작품의 공개 여부 및 일정을 둘러싼 넷플릭스의 관점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승부>는 애초에 극장 개봉을 염두에 두고 제작된 영화로 추후 넷플릭스에 판매된 사례지만, <종말의 바보>는 넷플릭스 시리즈로 기획되어 사후 편집도 용이한 상태다.
따라서 <승부>는 <종말의 바보>와 달리 넷플릭스가 계약을 해지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졌으나 <승부>의 배급사 에이스메이커 측은 이를 일축했다. “제작사, 넷플릭스와 작품과 관련한 여러 문제를 의논 중인 것은 맞지만 계약 해지까지 논의한 것은 아니다. 공개를 잠정 보류하기로 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넷플릭스가 여론을 고려해 계약을 해지할 경우, 배급사는 넷플릭스가 계약 당시 지불한 선지급금을 토해내야 한다. 계약을 연장해 다른 국가에서 먼저 작품을 공개하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다. 배우 박혜수가 출연한 드라마 <디어엠>의 경우 당초 KBS에서 2021년 2월 방영 예정이었으나 배우의 학교폭력 가해 의혹으로 인해 방영이 무기한 연기되었고, 2022년 6월 일본 OTT 플랫폼 라쿠텐 비키를 통해 공개된 바 있다.
<써니> <스윙키즈> 강형철 감독의 복귀작 <하이파이브>(제작 안나푸르나필름・배급 NEW)도 비슷한 고민 중이다. 배급사 NEW 관계자는 “<하이파이브>는 현재 후반 작업 중이며 현안에 대해서 제작진과 함께 다각도로 논의 중”이라며 더 자세한 소식을 전하지 못하는 점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
지난 2월8일, 배우 유아인의 소속사 UAA는 “유아인 씨가 최근 프로포폴 투약 혐의와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았다”라고 밝혔으며 유아인은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의 검사 및 압수 수색 결과가 발표됨에 따라 3월27일 마약류 투약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경찰 조사를 받았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한편의 영화를 만들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데 특정 한명의 잘못 때문에 작품 전체가 피해를 봐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다. 그래도 대중에게 선보이고, 평가를 받아야 하는 게 아니냐”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출연 배우 한 명의 범법 행위로 인해 다른 출연자들, 감독, 제작진, 배급사, OTT 플랫폼까지 피해를 감당해야 하는 형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