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리바운드',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현실
2023-04-05
글 : 정예인 (객원기자)

2010년 10월 부산 중앙고등학교에서는 교무회의가 한창이다. 농구부의 존폐를 결정하기 위해서다. 한때 전국을 무대로 활약했던 부산 중앙고 농구부는 유명무실한 팀이 되었지만, 농구부의 존재를 중요하게 여기는 동문회로 인해 쉽게 없애지 못한다. 결국 공익근무요원 양현(안재홍)이 신임 코치로 부임하여 그럭저럭 팀을 유지하는 것으로 논의는 일단락된다. 그러나 전국농구대회 MVP 출신이었던 양현은 자신이 몸담았던 중앙고 농구부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분투한다. 양현은 곧바로 선수 영입에 착수하고, 군산시장배 농구대회에 나선다. 결과는 유례없는 중징계. 심판에게 공을 던진 선수와 과도하게 이의를 제기한 코치 탓에 중앙고는 6개월 출전 정지를 받는다. 양현은 깊이 좌절하지만 이내 선수 시절 자신이 쓴 농구일지를 보고 다시 전국 대회에 출전하기로 결심한다. 각자의 시간을 보내던 선수들 역시 양현과 함께 농구에 희망을 걸어본다. 절치부심한 중앙고 농구부는 2012년 전국 고교농구대회의 예선부터 본선까지 차근차근 역경을 헤쳐나간다.

현실은 때론 영화보다 더 영화 같기 마련이다. <리바운드>는 부산 중앙고 농구부의 극적인 실화를 영화화한 작품이 다. <기억의 밤> 이후 6년 만에 스크린을 찾은 장항준 감독은 <킹덤>의 김은희 작가, <수리남>의 권성휘 작가와 함께 농구를 사랑하는 10대 소년들의 경험담을 정직하게 담아냈다. 골인되지 않고 림이나 백보드에 맞고 튀어 오른 공을 다시 낚아채는 농구 기술 리바운드. 그 의미를 끌어안은 영화는 마치 실패처럼 보이는 순간이 재도약의 기회로 변화 하는 시점을 포착하는 데 주력한다. 누구보다 농구를 사랑하지만 경기 출전 경험이 없는 재윤(김민)의 에피소드가 대표적이다. 공을 패스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재윤을 보며 누구도 그가 해내리라 생각하지 않을 때 양현과 동료 선수들은 농구를 향한 재윤의 진심을 믿고 기다린다. 그렇게 재윤은 결정적인 장면에서 몇 차례의 시도를 거듭한 끝에 골을 넣는 데 성공한다. 즐기는 자는, 사랑하는 자는, 절실히 바라는 자는 끝내 해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리바운드>는 끈기 있게 전달한다. 때문에 자칫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는 성장 서사를 장항준 감독은 영리하게 선회한다. 전구 고교 농구대회의 예선, 본선 경기를 세세히 묘사하는 대신 속도감 있는 편집과 생동감 있는 카메라워크, 농구를 모르는 관객도 충분히 즐길 수 있게 중계진의 해설을 리듬감 있게 배치하여 전체 서사의 흐름을 흡인력 있게 이끌어간다. 신임 코치 역을 맡은 안재홍의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나 곳곳에 출연하는 반가운 얼굴들도 재미를 더한다. 그 덕에 청춘들의 솔직하고 곧은 열의는 강력한 울림이 되어 빛을 발한다.

우리가 잘하는 거, 신나는 거, 미치는 거 해보자고.

중징계를 받은 후 양현이 에이스 가드 기범(이신영)을 찾아가 다시 중앙고 농구팀을 꾸리자고 설득하며 하는 말

CHECK POINT

<더 퍼스트 슬램덩크> (감독 이노우에 다케히코, 2022)

<리바운드>의 제목은 “리바운드를 지배하는 자가 경기를 지배한다”는 <슬램덩크>의 명대 사를 상기시킨다. 카메라 시점을 농구 코트 내부에 위치시키고 부감과 조감, 클로즈업을 리드미컬하게 배치해 농구 경기 특유의 속도 감을 표현한 점 역시 <더 퍼스트 슬램덩크> 와 비교하게끔 한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TV판 애니메이션에서 다루지 않은 북산고와 산왕공고의 경기를 가드 송태섭의 서사를 중심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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