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셀, 신발 신은 조개>
넷플릭스
<마루 밑 아리에티>의 현대 LA 버전일까. 조개 마르셀은 할머니 코니와 에어비앤비 주택에 산다. 아리에티가 그랬듯 마르셀은 주택의 여기저기를 쏘다니며 생필품을 마련한다. 애인과 별거 후 에어비앤비로 임시 거처를 구한 딘은 마르셀을 발견하고, 마르셀을 취재한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스타덤에 앉힌다. 인간도 조개도 공동체주의가 으뜸이라 여기는 마르셀의 소원은 인간들의 싸움으로 생이별한 이산가족을 찾아 조개 공동체를 복원하는 것이다. 영화를 연출하고 쓴 딘 플라이셔 캠프 감독은 마르셀의 목소리를 연기한 제니 슬레이터와 콤비를 이루어 2010년, 2011년 그리고 2014년 3분짜리 동명의 단편영화 세편을 만들어 주목받았다. 딘 플라이셔 캠프가 지은 동명의 도서 또한 장편영화 탄생 전부터 화제를 불러모았다.
<라이 레인>
디즈니+
혼자 있고 싶은 남자 돔은 전시장 성 중립 화장실에서 혼잣말을 하며 걸어오는 여자 야스를 만난다. 연인과의 이별 후 매일 아침 살아갈 힘을 얻으려 숨을 뱉는 남자 돔과 연인과의 이별 후 매일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야스는 어쩐지 대화가 잘 통한다. 전시장을 나온 돔과 야스는 하루를 같이 보내며 서로의 이별 이야기를 듣고 각자의 전 연인 앞에서 보란 듯이 연인 행세를 한다. 그리고 둘은 장르의 관습대로 서로를 향한 호감을 싹틔우고 각자가 두르고 있던 고치에서 조금씩 탈피한다. 예상 가능한 흐름의 스토리에 독특한 색을 채색하는 것은 영화가 지닌 동시 대성이다. 두 캐릭터의 의상, 로케이션을 포함한 프로덕션 디자인, 영화 속 캐릭터들이 나타내는 성 다양성, 인종 다양성은 2020년대 남부 런던의 모습을 샅샅이 담아낸다.
<시간은 충분해>
넷플릭스
단테는 늘 바빠 24시간이 모자란 남자다. 40살 생일날도 연인 알리체가 준비한 이벤트와 파티가 무색하게 업무에만 몰두한다. 날림으로 생일을 보낸 다음 날, 단테는 자신이 맞이한 새 아침이 이튿날이 아닌 1년 후 41살 생일임을 알게 된다. 하룻밤이 지나면 1년이 훌쩍 뛰던 시간 도약의 빈도는 점점 한나절, 반나절로 밭아지고, 안 그래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단테는 매 생일 급변하는 자신의 주변 상황에 적응하느라 이중으로 바쁘다. <시간은 충분해> 가 <사랑의 블랙홀>을 비롯해 똑같은 하루에 주인공이 갇히는 숱한 타임루프물과 궤를 달리하는 방식은 단테가 인지하지 못하는 시간의 흐름과 신경 쓰지 못하는 주위의 변화를 타임루프 이전에도 이후에도 단테를 둘러싼 모든 이들이 고스란히 겪는데 있다.
<사랑 이후의 부부, 플라이시먼>
디즈니+
41살 간 전문의 토비 플라이시먼은 레이철과 이혼후 제1의 전성기를 누린다. 데이팅 앱에선 토비를 찾는 여성들이 물밀듯이 쏟아지고 결혼 후 연락이 끊긴 대학 동기 둘과도 10여년 만에 해후해 모임을 지속한다. 하지만 토비는 무엇보다 결혼 생활 내내 자신을 깎아내린 레이철과의 이별이 가장 행복하다. 어느 날 레이철은 세미나를 이유로 두 남매를 토비에게 맡기고 연락이 두절된다. 토비 입장의 보이스 오버 내레이션을 구술하는 자의 정체가 밝혀지고 토비 시점의 회상만 반복될 즈음 시청자들은 드라마가 의도적으로 은폐하고 왜곡하는 레이철의 서사에 자연스레 의문을 품게 된다. 제시 아이젠버그가 이제껏 연기한 적 없는 유의 캐릭터를, 클레어 데인스가 TV에서 선보인 여성들을 누계한 유의 캐릭터를 인상적으로 연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