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달력을 들춰본다. 노동절인 5월1일은 월요일, 어린이날인 5월5일은 금요일. 이러면 대체 5월 첫째 주는 어떻게 마음을 다잡고 일해야 하는가. 가만, 5월의 황금연휴를 이제야 눈치챈 건 나뿐인가. 포털 사이트에 ‘5월 황금연휴’를 검색하니 제주행 비행기표가 일찌감치 동났다는 기사가 우수수 뜬다. 놀지 못할 운명을 직감한 내 마음도 우수수 떨어진다. 아니다. 어차피 매년 4월 말 5월 초는 전주국제영화제(이하 전주영화제)와 함께했고, 올해도 이변은 없을 것이다. 긍정 회로를 가동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전주에 가면 좋은 영화와 맛있는 음식과 반가운 사람들이 있다. 콩나물국밥과 모주 한잔, 가맥집에서 청양고추간장마요 소스에 찍어 먹는 황태포는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전주 경기전에서 쉬엄쉬엄 광합성하며 산책하는 것도 좋아한다. 어느새 전주는 여행 로드맵이 자연히 그려지는 친근한 도시 중 하나가 되었다.
무엇보다 올해 전주에서 만날 영화들에 대한 설렘이 크다. 진지하고 아름답고 난해하고 지루하고 엉뚱하고 실험적인 영화들. 시네필의 영화 사랑을 실험하는 영화들. 그래서 어떤 의미로든 기억에 남는 영화들. 특별한 체험을 안겨주는 영화들. 영화제가 아니면 만날 수 없는 영화들을 위해 기꺼이 365일 중 24시간쯤은 바칠 수 있지 않을까. <씨네21> 기자들도 일주일 내내 부지런히 영화를 보고 추천작 18편을 선정했는데, 개인적으로 올해 전주에서 보고 싶은 영화 중 하나는 민성욱, 정준호 공동집행위원장이 공동으로 추천한 작품이기도 한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선정작 <삼사라> 다. 강렬하고 낯선 영화적 체험이 무엇일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올해 전주영화제엔 그야말로 빅게스트가 온다.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감독의 <토리와 로키타>가 개막작으로 선정돼 두 감독이 전주를 방문한다. 놀랍게도 이번이 이들의 첫 번째 내한이다.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75주년 특별상’을 수상한 <토리와 로키타>는 영화가 현실의 부당함을 고발하는 유용하고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두 감독의 믿음이 반영된 영화다. 당시 프랑스 칸에서 두 감독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영화도 영화지만 영화를 대하는 태도 혹은 기자들을 대하는 태도에서 거장의 겸손함에 크게 감동받은 기억이 생생하다.
마침 오늘(4월13일) 제76회 칸영화제 선정작이 공개됐다. 김지운 감독과 배우 송강호의 5번째 협업으로 기대를 모은 <거미집>이 비경쟁 부문에 초청됐고, 송중기와 신인 홍사빈이 주연한 김창훈 감독의 데뷔작 <화란>이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받았다. 지난해 <브로커>로 칸에서 남우주연상을 받는 등 최근 매해 칸에 출석 체크를 하고있는 송강호 배우에게 <씨네21> 칸영화제 특별 특파원이 되어달라 부탁해야 하는 건 아닐까 싶다. 바야흐로 마음껏 영화에 취해도 좋을 계절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