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사람들>
대니는 ‘잘 풀리지 않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 모든 상황에 대한 불만을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터트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때, 때마침 희생양을 발견한다. 한 운전자가 자신의 차를 향해 경적을 울린 뒤 가운뎃손가락을 내민 다음 떠나버린 것이다. 그렇게 펼쳐진 한적한 동네에서의 분노의 질주를 시작으로 대니와 에이미의 비프(싸움)가 이어진다. 그들은 왜 그렇게 화가 난 것일까. 아니 우리는 왜 분노하는가. 분노는 분명 일시적인 의식 상태에 불과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왜 성을 참지 못하는 것일까. 드라마 <성난 사람들> 속 대니와 에이미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며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다. A24의 신작 드라마이자 배우 스티븐 연 주연 작품이다.
<털사 킹>
드와이트가 25년 만에 출소한다. 뉴욕 마피아 세계에서 이름을 날렸던 그는 화려한 부활을 꿈꾸며 과거에 몸담았던 조직을 찾는다. 그러나 많은 것이 변했다. 자신과 호흡을 맞췄던 보스는 산소호흡기를 차고 있는 신세가 되었으며, 대신 조직을 운영하는 것은 그의 아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드와이트에게 오클라호마주에 있는 작은 도시 털사로 갈 것을 권한다. 그렇게 드와이트는 털사에서 자신만의 범죄 왕국을 세우기 시작한다. 드라마 <털사 킹>이라는 왕국의 1등 공신은 단연 드와이트를 연기한 실베스터 스탤론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 중인 그의 모습이 극 중 배역과 어우러져 묘한 감상을 자아낸다. 총연출을 맡은 테일러 셰리던의 특정 지역의 정서를 담아내는 솜씨 역시 또 하나의 관람 포인트다.
<낯설고 먼>
한 흑인 남성이 잠에서 깬다. 옆에는 어제 함께한 연인이 누워 있다. 남자는 다시 전화하겠다는 말을 끝으로 황급히 연인의 집을 나선다.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반려견 때문이다. 남자는 집 앞에서 담배를 꺼낸다. 불을 붙이려는 순간 백인 경찰이 나타나 이를 제지한다. 그 과정에서 경찰의 대응이 격해지더니 결국 남자를 땅바닥에 드러눕힌다. 남자가 말한다. “숨이 안 쉬어져요.” <낯설고 먼>은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단편영화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2020년 5월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한 아프리카계 미국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연상시키는 작품으로, 사건을 단순 재현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발한 상상력을 동원하여 흑인의 인권 실태를 묘사해낸다. 힙합 아티스트로 유명한 조이 배드애스가 주인공을 연기한다.
<아들의 방>
지오반니는 정신과 의사다. 젊지만 뛰어난 실력을 갖춘 의사로 보인다. 많은 환자들이 그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지오반니는 반복적이고 공허하게 느껴지는 환자들의 말에 약간의 권태를 느끼고 있다. 대신 최대한 가족들과 좋은 시간을 보냄으로써 하루를 살아갈 원동력을 충전한다. 그러던 어느 날 불의의 사고로 아들이 세상을 떠나자 단단해 보이던 지오반니의 가정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중 가장 불안해 보이는 것은 항상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입장이었던 지오반니다. 이탈리아 감독 난니 모레티가 이 영화로 2001년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으며 감독이 주인공인 지오반니를 연기했다. 문을 열기 너무 힘든 텅 빈 방과 함께 사는 부모들에게 조심스레 추천하고 싶은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