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낭만적 공장’, 사랑의 성취가 반사해 보여주는 다채로운 색채
2023-04-19
글 : 정예인 (객원기자)

한 공장의 경비원으로 취직한 복서(심희섭). 사연 없는 경비원은 없다는 동료 낙봉(박수영)의 말처럼 복서에게도 사연이 있다. 축구 선수 출신이었던 복서는 심장판막증 수술을 받은 후 건설 현장과 보도방을 전전하다 경비직으로 흘러들게 된 것이다. 무엇을 꿈꾸어야 할지 몰라 헤매던 복서의 일상은 홀연히 나타난 복희(전혜진)로 인해 차츰 변화한다. 복희는 복서와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황반장(한승도)의 아내지만 복서에게 중요한 것은 오로지 복희의 웃음뿐이다. 도박과 폭행을 일삼는 황반장이 지긋지긋한 복희에게도 복서는 어느새 안식처가 된다. 그러나 복희는 황반장의 세계에서 벗어날 수 없고, 복서는 그런 복희를 구해내고 싶다. <낭만적 공장>은 멜로드라마의 문법을 변주 없이 풀어쓴다. 몇 번이고 우연히 마주치며 일순간 사랑에 빠지는 두 사람과 그 사이에 끼어든 장애물. 고난을 극복하며 공고한 관계로 나아가는 연인의 내러티브는 이미 익숙하다. 서사의 구조보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사랑의 성취가 반사해 보여주는 장면에 관한 것이다. 사랑은 꿈을 잃고 현실에 정박한 복서가 유일하게 다채로운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하는 기제로 작동한다. 반면 복서의 사랑이 완성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선명해지는 면면은 무기력한 나날을 벗어나지 못한 채 일상의 자극에 발 묶인 이들의 상황 자체다. <낭만적 공장>은 사랑으로 구원받거나 구원되지 못하는 삶에 관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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