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킬링 로맨스’, 웃음 속에서 흐릿해지는 여래의 ‘벗어날 결심’
2023-04-19
글 : 이자연

많은 사람의 호응과 관심 속에서 하루도 쉬지 않고 11년을 달려온 톱스타 여래(이하늬)는 발연기라는 조롱 담긴 수식어를 얻게 된다. 항상 타인의 선택을 의심 없이 따라온 여래는 난생처음 남태평양 ‘콸라섬’에 가기로 결정내린다. 그곳에서 만난 재벌 조나단(이선균)과 사랑에 빠진 그는 결혼과 함께 돌연 연예계 은퇴를 선언한다. 그로부터 7년 후, 여래는 여전히 많은 사람 앞에서 억지웃음을 짓는다. 조나단의 사업 확장을 위해 어여쁜 보증수표로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남편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고자 연예계 복귀나 이혼 등을 생각해보지만 이미 모든 사람이 조나단의 손아귀 안에 있다. 이제 여래의 선택은 하나, 조나단의 죽음을 공모하는 것이다.

<킬링 로맨스>는 <남자사용설명서>를 통해 고유한 웃음 코드를 선보인 이원석 감독의 신작으로, 판타지와 드라마,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를 절묘하게 혼합했다. 반가운 우정출연과 인물들의 예상치 못한 임기응변은 폭소를 자아내고 개성 강한 스토리는 그 끝을 쉽게 예측할 수 없게 한다. 하지만 키치함에 너무 집중한 탓인지 가정 폭력에서 벗어나려는 여래의 결심은 어느새 흐릿해지고 각 인물의 목적 없는 질주만이 덩그러니 남아 아쉬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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