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덴버의 <Take Me Home, Country Roads>를 ‘콘크리트 로드’로 개사해 부르던 시즈쿠는 10년 후 어떤 어른이 되었을까. 실사영화 <귀를 기울이면>은 스튜디오 지브리 원작 애니메이션을 바탕으로 시즈쿠(세이노 나나)와 세이지(마쓰자카 도리)의 첫사랑부터 10년이 지난 현재까지 연결되어 있는 두 사람의 꿈과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시즈쿠는 동화작가 지망생이자 편집자가 됐고 이탈리아로 떠난 세이지는 첼로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다.
도서카드에서 시작되는 두 사람의 인연과 학창 시절 풍경, 지하철에 나타난 고양이를 따라간 시즈쿠가 골동품 가게를 찾는 장면 등 원작 속 명장면들이 그대로 구현됐다. 두 사람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는 실사영화는 일본과 이탈리아를 오가며 볼거리를 더했지만 원작 특유의 감성까지 담아내지는 못했다. 작은 도전을 해내며 내면의 원석을 발견해나가던 원작 속 시즈쿠의 이야기는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라’고 직설적이고도 무난한 조언을 건네는 성장 드라마로 바뀌었다. 스물다섯 시즈쿠는 일과 사랑 앞에서 여전히 망설이기만 하는데 원작 캐릭터에서 멀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라 서툰 청춘보다는 자라지 못한 어른처럼 그려진 점도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