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사라> Samsara
로이스 파티뇨/스페인, 한국/2023년/114분/전주시네마프로젝트
어린 수도승들이 라오스의 울창한 밀림을 거닌다. 눈이 시릴 정도로 푸르른 강물의 빛깔은 우리들의 속세와 억겁의 거리만큼 떨어져 있는 듯하다. 수도승들의 발소리와 벌레들의 울음, 찰랑거리는 물소리가 귀를 잔잔히 간지럽힌다. 스크린 너머의 시청각만으로도 원시의 세계에 회귀한 것 같은 이 찰나, 한 수도승이 스마트폰을 꺼내 요즘 랩 음악을 튼다. 수도승들은 옹기종기 모여 음악이 좋다며 흥얼거린다. 어리둥절하다.
이것이 <삼사라>의 방식이다. 스크린을 수놓는 자연의 풍광, 혹은 생과 사에 깃든 불교 윤회 사상의 설파는 물론 진귀하다. 그러나 한편으론 무척 새로운 영화의 방식이라 말하기에 무리가 따른다. 다만 <삼사라>는 이런 진부함을 반전시키는 생경함의 감각으로 영화의 밀도를 영리하게 채워간다. 예컨대 1부의 라오스 정글은 언뜻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의 이싼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일순간의 변칙을 꾀하며 <삼사라>만의 고유함을 살려낸다. 전술했던 대중음악의 출현과 같이 세속적이고 유머러스한 요소들을 순간적으로 틈입시키면서다. 2부 속의 탄자니아 잔지바르섬은 흡사 술레이만 시세의 신비함으로 차 있는 것 같으면서도 주민들의 현실적인 생활양식을 놓치지 않는다. 나아가 <삼사라>의 어느 시간은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의 양태를 끌어오며 매우 신선한 영화적 체험을 안겨준다. 이 순간의 경험을 말로 대신하기란 불가능하다. 대신 당부할 것은 하나 있다. 섬광(들)이 당신의 인도를 끝낼 때까지 가급적 눈을 뜨지 마시길.
상영 정보
5월2일/16:30/CGV전주고사 3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