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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리뷰] ‘종이달’
2023-04-21
글 : 이우빈

티빙 / 감독 유종선, 정원희 / 각본 노윤수 / 출연 김서형, 이시우, 유선, 서영희, 공정환 / 플레이 지수 : ▶▶▷

중년 여성 유이화(김서형)가 한 저축은행에 계약직으로 재취업한다. 경제적 궁핍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이화의 남편 최기현(공정환)이 돈이 많은 탓이다. 기현은 경제 능력이 없는 이화를 업신여기기 일쑤다. 사회경제적 성취만이 인생의 척도인 그는 이화를 인간이나 아내로 대하 기보다 본인 삶의 부품처럼 여긴다. 이러한 상황에 현격한 위화감을 느낀 이화가 직장 생활을 통해 자립의 일상을 개척하려는 것이다. 심지어 이화는 새로운 사랑에 빠지기까지 한다. 상대는 은행 VIP 고객의 손자인 윤민재(이시우)다. 몹시 가난한 처지에도 영화학도의 꿈을 잃지 않는 젊은 대학생이다. 이에 이화는 민재의 곤경을 해결해주고, 본인을 향한 온갖 억압에서도 탈출하려 한다. 방법은 은행 고객의 돈에 손을 뻗치는 일이다.

가쿠다 미쓰요의 소설 <종이달>을 원작으로 삼은 10부작 드라마다. 일본에선 같은 원작으로 5부작 드라마와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들과 본 작품의 두드러지는 차이점은 뚜렷한 악역의 존재다. 우선 이화의 남편 기현이 무척이나 선명하게 악덕하다. 이화가 돈을 착복하게 될 은행 고객들 역시 대개 사채나 성매매로 부를 축적해온 악인들이다. 반면 민재는 딱히 결점 없는 선인이자 피해자로 그려진다. 덕택에 이화의 범죄 행각엔 논리적이고 감정적인 당위가 더해지는 모양새다. 한편 돈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이화의 주변 친구들도 각기 명확한 개성을 부여받아 움직인다. 이러한 작법으로 인물 관계도 및 사건의 인과가 명확해지는 반면, 돈의 근본적인 의미와 영향에 얽힌 원작의 선득한 묘사가 다소 약해지는 경향이 있다. 앞으로 공개될 나머지 회차에서 어떠한 깊이가 더해질지 살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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