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주, 문석, 문성경 프로그래머에게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반드시 관람해야 할 작품들을 물었다. 기발한 스토리부터 참신한 소재, 다양한 메시지까지 그 선정 이유가 가지 각각인 큐레이션 리스트를 공개한다.
전진수 프로그래머
01. <비밀 문자><.p>
바이올렛 두 펑/ 중국, 미국, 노르웨이, 독일/ 2022년/ 88분/ 동아시아 영화특별전
“중국 남부 지방에는 ‘누슈'라는, 여자들만 쓰던 문자가 있었다. 대부분의 여성이 읽거나 쓰는 것을 배울 수 없던 시절, 교육의 기회를 얻지 못한 이들은 이 비밀 문자로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연대했다. 그 굳건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02. <우당탕탕 성지순례>
바르트로미예 즈무다/ 폴란드/ 2022년/ 77분/ 월드시네마
“종교를 박멸하자는 책을 쓰는 아버지를 교화시키려는 독실한 신자 아들의 이야기다. 부자간의 갈등과 충돌이 그야말로 우당탕탕이다. 종교라는 주제를 분리해봐도, 우리 주변의 평범한 가족을 떠올 볼 만한 보편적인 이야기가 담겨있다.”
03. <LP 재킷의 전설, 힙노시스>
안톤 코르빈/ 영국/ 2022년/ 101분/ 시네마천국
“음악을 좋아한다면 무조건 봐야 하는 작품이다.”
문석 프로그래머
01. <미지수>
이돈구/ 한국/ 2022년/ 70분/ 코리안시네마
“어두운 인간의 내면을 조명해 온 이돈구 감독이 SF적 상상력을 엉뚱하고도 따뜻하게 녹인 작품이다. 이해할 수 없는 사건과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인물의 이야기들의 실마리가 풀리면서 관객이 느끼는 감정도 배가 된다.”
02. <THE 자연인>
노영석/ 한국/ 2023년/ 125분/ 코리안시네마
“노영석 감독이 <조난자> 이후 10년 만에 만든 차기작이다. 한국의 현실과 미디어의 한계를 체감할 수 있는, 정말 웃긴 블랙 코미디다.”
03. <킴스비디오>
데이비드 레드먼, 애슐리 새이빈/ 미국, 프랑스, 영국/ 2023년/ 88분/ 시네필전주
“‘킴스 비디오'는 7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뉴욕 한가운데 있던 비디오 렌탈샵이다. 5만5천여 개의 비디오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가게도 폐업하게 된다. 그리고 김용민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가진 비디오를 소중히 보관해서 가장 잘 활용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나면 그에게 모든 비디오를 내어주겠다.” 시네필의 윤리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를 좋아하는 모든 사람에게 추천한다.”
문성경 프로그래머
01. <삼사라>
로이스 파티뇨/ 스페인, 한국/ 2023년/ 114분/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종교에서 삶과 죽음, 사후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에 대한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품이다. 특이하게도 중간에 눈을 감고 영화를 ‘보는' 장면이 있다. 이 과정을 통해 환생을 체험하는 컨셉인데, 새로운 영화 언어를 실험할 수 있다는 점이 무척 인상 깊다.”
02. <코야니스카시>
갓프레이 레지오/ 미국/ 1983년/ 86분/ 게스트 시네필: 하버드필름아카이브 헤이든 게스트
“35mm 필름 상영작이다. 하버드필름아카이브에서 제공해 준 작품으로 ‘도대체 이미지 언어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나만의 대답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영화제 상영이 끝나면 한국영상자료원에 기증될 예정이라고 한다.”
03. <사적인 영화>
자나이나 나가타/ 브라질/ 2022년/ 91분/ 영화보다 낯선
“어느 날 주인공이 16mm 영사기 점검을 위해 필름 릴을 하나 구매했는데, 그 안에 작은 영화 롤 하나가 따라왔단 걸 알게 된다. 그곳엔 한 아프리카인 가족의 홈 무비가 저장돼 있다. 주인공은 그들의 사연을 추적하다 아프리카 사회에 만연한 인종 차별과 인권 문제 등을 깨닫게 된다. 사적인 작품이 어떻게 공적인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