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이치 사카모토: 코다>
2023년 3월28일 류이치 사카모토가 별세했다. <류이치 사카모토: 코다>는 그의 삶과 예술에 대한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영화다. 영화는 공연 실황을 담은 <류이치 사카모토: 에이싱크>와 함께 그의 생전 모습이 기록된 마지막 작품이 되었다. 영화는 동일본 대지진에서 살아남은 그가 피아노를 연주하며 시작한다. 다음 장면으로 그는 방진복을 입고 제한구역인 후쿠시마 제2 원자력발전소로 향한다. 영화는 류이치 사카모토를 통해 경계와 그 너머의 가능성을 생각하게 만든다. 이러한 그의 태도는 자신의 앨범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영화를 통해 류이치 사카모토가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일상과 자연의 소리를 채집하여 <Async>란 앨범을 어떻게 만들어가는지 볼 수 있다.
<인 더 섀도우 오브 우먼>
피에르(스타니슬라 메하르)는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부인인 마농(클로틸드 쿠로)은 스크립터이자 편집자로 남편과 같이 일한다. 마농의 헌신과 달리 피에르는 새로운 여인인 엘리자베스(레나 포감)와 사랑에 빠진다. <인 더 섀도우 오브 우먼>은 포스트 누벨바그의 거장 필립 가렐의 작품이다. 영화는 진실과 거짓에 관한 우화다. 인터뷰이에게서 진실을 포착하는 다큐멘터리 감독인 피에르는 정작 진실 앞에선 숨어버린다. 두 여자의 그림자 속에서 모순적인 피에르를 밖으로 끄집어내는 필립 가렐의 연출은 다큐멘터리스트 같다. 영화의 주된 특징은 시점을 달리하는 내레이션에 있다. 필립 가렐 영화에 주로 주연으로 출연한 아들 루이 가렐이 목소리 출연한다.
<피닉스>
아우슈비츠에서 얼굴에 총상을 맞고 가까스로 살아남은 가수 넬리(니나 호스)는 안면 재건 수술을 받는다. 퇴원 후 그녀는 나이트클럽 ‘피닉스’에서 피아니스트인 남편 조니(로널드 제르펠트)를 만나지만 그는 아내를 알아보지 못한다. 크리스티안 페촐트는 역사적 문제의식을 멜로드라마 형식 위에서 풀어내왔다. <트랜짓>과 <운디네>에서 도시는 인물들의 사랑이 분열되는 장소로 주요한 역할을 한다. <피닉스>의 특별한 점은 인간의 얼굴을 분열의 장소로 삼았다는 점이다. 재건된 얼굴과 변하지 않은 목소리. 페촐트는 한 여인의 신체를 통해 비극적인 역사를 가장 우아하고 세련된 방식으로 재현한다. 영화의 엔딩에 넬리가 부르는 <Speak Low>는 관객의 귓가에 오래 머무를 것이다.
<모퉁이>
‘홍상수’라는 한국의 영화적 유산은 상속될까? 그간 많은 시도가 있었다. 신선 감독의 첫 장편영화 <모퉁이>는 좋은 시도라 평가할 수 있다. 3명의 영화과 동문이 길모퉁이에서 우연히 만나 10년 만에 어색한 술자리를 갖는다. 영화를 만들다 사이가 틀어진 성원(이택근)과 병수(박봉준)는 서로에게 ‘물때’와 같다. 영화의 중요한 기호인 물때는 한번 신경을 쓰면 계속 거슬리는 마음의 짐처럼 작동한다. <모퉁이>의 내용은 홍상수 영화의 단골 소재처럼 보인다. 하지만 영화는 더하기보다는 ‘빼기’의 미학을 선보인다. 비우고 나중에 채우는 방식의 플롯을 구성하며 홍상수의 영화 형식을 탈피한다. 화룡점정인 영화의 마지막 이미지는 이상한 감흥을 일으키며 영화를 곱씹게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