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동물소환 닌자 배꼽수비대’, 산만한 스토리에 숨겨진 두 여성의 저력
2023-05-03
글 : 이자연

5년 전, 짱구(박영남)를 출산하던 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산고를 겪고 짱구를 만난 봉미선(강희선)과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신형만(김환진) 뒤로 한 여자가 이들을 조용히 바라본다. 그리고 5년 뒤, 짱구 가족을 다시 찾아온 여자, 유나르하(안영미)는 자신의 아들 진구(채림)와 짱구가 산부인과에서 뒤바뀌었다는 고백을 한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닌자들의 피습으로 짱구와 유나르하가 납치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가족은 위치 추적으로 이들의 행방을 찾아나선다. 한편 유나르하 가족은 닌자 마을에서 세상의 모든 악의 기운을 막아주는 ‘지구의 배꼽’을 수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가업을 승계하기 위해 짱구는 닌자 학교를 다니고, 주요 기술인 동물소환 권법을 익히고자 고군분투한다. 평범한 인간세계를 경계하고 차단하는 닌자 마을의 장로는 폐쇄적인 태도로 마을 사람들을 통제하며 넓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차단한다. 개인의 선택과 자유의지를 억압하는 분위기 속에서 유나르하와 짱구는 주어진 일을 유연하게 대처할 새로운 방식을 암암리에 모색한다.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동물소환 닌자 배꼽수비대>는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의 정당성을 계속 의심해보도록 한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떼를 쓰거나 친구들과 춤을 추고 노는 게 하루 일과인 짱구와 달리 진구는 조숙하고 의젓한 태도로 고난도의 닌자 교육을 받아왔다. 짱구의 자유로운 모습을 지켜보면서 진구는 마침내 자기 나이대에 맞는 ‘자기다움’을 욕망하게 된다. 어머니의 전통적인 역할에서 벗어난 새로운 모습도 조명한다. 유나르하는 둘째를 임신하여 가족 내 실질적 가장으로서 문제를 해결하는 주도성을 보인다. 유나르하의 등장으로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시리즈 중 최초로 임신부가 주인공에 올라서게 되고, 봉미선과 유나르하의 적극적인 협동은 모성과 별개로 어머니로만 소비되던 두 여성의 저력을 드러낸다. 다만 이야기 갈래가 너무 복잡하게 퍼져나가 스토리가 산만하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아쉬움을 남긴다. 연출과 각본을 맡은 하시모토 마사카즈 감독은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엄청 맛있어! B급 음식 서바이벌!>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습격!! 외계인 덩덩이> 등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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