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건 감독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를 문자 그대로 우주 단위로 넓힌 주인공이다. 2014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이하 <가오갤>)로 마블 영화에 총천연색의 화려한 개성과 웃음을 더하며 화려하게 등장했던 그가 이제 <가오갤>의 감동적인 마무리를 준비한다. 4월17일 공개된 푸티지 영상을 보고 미리 설레발을 좀 치자면 3부작 시리즈의 최종장이자 최고작이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의 개봉을 앞두고 한국을 방문한 제임스 건 감독을 만났다. 울고, 웃고, 느끼고. 영화와 함께 자라 어느덧 가족이 된 팬들을 위한 감동적인 편지를 미리 전한다.
- 이번 영화는 오리지널 <가오갤>팀(스타로드, 가모라, 드랙스, 로켓, 그루트)이 함께하는 마지막 작품이다.
= <가오갤> 시리즈의 3번째 영화이자 3막의 마지막 챕터다. 한 아이의 완벽한 여정을 마무리 지을 수 있는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굉장히 감정적인 영화가 될 것 같다. 벅차오르는 부분도 있고 무척 슬픈 부분도 있을 거다. 동시에 전작들이 그랬던 것처럼 많은 기쁨도 들어 있다. 보통 스펙터클한 영화라고 하면 액션과 볼거리를 먼저 떠올린다. 사랑 같은 깊이 있는 감정이 소외될 때가 있는데 나는 언제나 행복감 같은 감정들을 적극적으로 완전히 활용하는 데 매력을 느낀다.
- 로켓이 탄생한 비밀을 다룬다고 들었다.
= 맞다. 로켓은 개인적으로 굉장히 공감해온 캐릭터다. 그럼에도 다른 캐릭터들에 비하면 살짝 관리를 안 한 느낌이 있었다.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로켓이 디지털 캐릭터였던 게 결정적이지 않나 싶다. 예를 들면 크리스 프랫은 눈에 보이는 스타로드 그 자체인데, 로켓은 브래들리 쿠퍼의 목소리만 들어가다 보니 특정 배우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관계자들이 조금씩 다 투영이 되는 캐릭터가 됐다. <가오갤>을 떠나더라도 이 캐릭터만큼은 잘 마무리 짓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 공개된 예고편 영상을 보면 로켓의 새로운 파트너인 수달 릴라가 등장한다.
= 릴라는 로켓을 어릴 적부터 돌봐준 동료다. 로켓은 하이 에볼루셔너리(추쿠디 이우지)에게 진화와 종족 개량이라는 명목으로 머리가 좋아지고 직립보행을 하게 만드는 등 여러 실험을 당한다. 언뜻 좋아 보이지만 기계와 강제로 결합시키는 등 수단을 가리지 않는 끔찍한 실험이다. 그때 괴로워하는 로켓을 돌봐주는 선배 동물이 있다. 이들은 끔찍한 환경 속에서 서로를 의지하고 사랑을 쌓아간다. 특히 릴라는 아픈 로켓을 엄마처럼 각별하게 돌본다. 릴라는 양팔에 의수를 달았는데 유기체와 기계가 결합한 디자인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는 단일 작품에서 가장 많은 특수분장을 한 영화로 새로운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고 들었다. CG와 특수분장, 깔끔한 디지털과 B무비스러운 아날로그를 절묘하게 섞는 방식은 전매특허라고 해도 좋겠다.
= 감사하다. 사실 그게 특수분장이든 CG든 모두 영화의 마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다행히 내겐 그 마법을 위한 옵션이 여러 가지 있었고 원하는 세계를 창조하기 위해 적절한 비율로 섞을 자유도 있었다. 하이 에볼루셔너리가 창조한 다양한 종류의 휴매니멀(휴먼+애니멀) 종족이 있는데, 얼굴의 전체적인 틀은 분장을 하고 눈은 CG로 한다든지 혹은 그 반대로 하는 경우도 있었다. 중요한 건 관객이 볼 때 최대한 실재처럼 느끼도록 만드는 거다.
- 추쿠디 이우지가 맡은 하이 에볼루셔너리는 어떤 캐릭터인가.
= 하이 에볼루셔너리는 로켓을 만들어낸 존재로 어딘지 비틀린 창조자다.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유토피아를 건설하기 위해 본인 기준의 이상적인 생물체들을 끊임없이 만들어낸다. 다만 그가 무언가를 창조하려 할 때마다 필연적으로 파괴가 일어나고 상황은 점점 악화되어간다. 결함을 제거하면서 일종의 완벽을 추구하는 과학자인 셈인데 아이샤와 아담이 속한 소버린 종족도 그의 작품 중 일부다. 이번 작품의 핵심인 만큼 캐스팅 후보에 많은 배우들이 물망에 올랐다. 추쿠디 이우지는 드라마 <피스메이커>를 하면서 만났는데 스크린 테스트에서 어마어마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하이 에볼루셔너리는 모두에게 미움을 받는 캐릭터인데, 그의 연기 덕분에 사람들이 확실하게 싫어하리라 확신한다. (웃음)
- 푸티지 영상에 등장한 아담 워록(윌 폴터)도 시선을 끄는 새로운 캐릭터 중 하나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의 쿠키 영상에서 황금관이 등장한 바가 있는데.
= 맞다. 아담은 그 번데기 같은 황금관 안에서 자라고 있었다. 성숙하기 전에 너무 일찍 깨어나면서 육체는 완성되었지만 정신적으로 8살 아이와 같은 상태로 세상에 나온다. 강력한 힘을 가진 어린아이라고 할까. 신경질도 많고 참을성이 없고 변덕스럽다. 강력한 힘에 미성숙한 정신이라는 언밸런스가 재미있는 캐릭터다. 좋은 배우들이 오디션에 응해줬지만 촬영이 몇 차례 미뤄지면서 타이밍이 좀처럼 맡지 않았다. 다행히 윌 포터가 빠르게 적응하고 최상의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 푸티지에서 스타로드는 가모라(조엘 살다나) 때문에 괴로워한다. 돌아오긴 했지만 주변에선 원래의 가모라가 아니라고 표현하는데.
= 가모라가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돌아왔는지에 대해서는 루소 형제에게 묻기 바란다. (웃음) 돌아온 가모라는 다른 우주에서 이쪽으로 넘어온 상태다. 그 우주에서의 가모라는 우주 해적인 라바저들의 일원인, 그러니까 살짝 악당 같은 존재다. 피터(크리스 프랫) 입장에서는 외모는 같은데 전혀 다른 사람을 마주하는 셈이니 상황이 복잡해진다.
- 라바저 이야기를 꺼내니 이번에 스타카르 역에 실베스터 스탤론이 활약한다.
= 라바저의 두목으로 나오는데 융통성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돈만 쫓는 인물이다. 가디언즈가 로켓을 돕기 위해 어딘가로 침투해야 할 상황이 발생하는데 그때 대가를 받고 도움을 주는 역할이다. 실베스터 스탤론은 개인적으로도 나의 우상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함께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
- 가디언즈의 새로운 보금자리 ‘노웨어’와 새로운 우주선 ‘보위’에 대해 설명해준다면.
= 노웨어는 1편에 나왔던 것처럼 셀레스티얼의 머리인데 타노스에게 거의 다 파괴된 걸 컬렉터가 가디언즈에 팔아넘겼다. 그 안에 이런저런 사람들이 모여 새로운 사회가 생긴 건데, 아틀란타 최대 스튜디오에 세트를 만들었다. 실제로 마을을 꾸렸다고 해도 좋겠다. ‘보위’는 예전 우주선인 ‘밀라노’처럼 로켓이 만든 우주선인데 훨씬 거대하다. 미술감독과 세트 디자인을 하면서 너무 행복했다. 1층부터 4층까지 모든 방들이 다 연결되게끔 구성했기 때문에 원테이크로 실내를 자유롭게 유영하듯 촬영이 가능했다. 둘 다 거의 실재나 다름없는 아름다운 세트였다. 당장 디즈니랜드에서 그대로 사용해도 좋을 정도로 재미있고 기발하고 사랑스럽다.
-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화려한 마무리 후 현재 MCU는 정체기에 빠졌다. 이번 영화가 향후 MCU의 10년을 이끌어가는 설정의 영화라고 밝힌 바 있는데, 동시에 이번 작품이 당신의 마지막 <가오갤>이다. 당신에게 <가오갤>은 어떤 의미인가.
= 오, 이런.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나는 항상 영화가 관객에게 어떤 경험을 줄지, 캐릭터가 어떻게 표현될지에만 집중한다. 아무리 많은 제작비와 자원이 투입되더라도 인물과 스토리가 살아 있지 않으면 소용없다. 영화에서 뭔가 폭발을 한다면 그건 눈이 현란한 볼거리가 아니라 가슴을 뛰게 하는 드라마여야 한다. 이번 영화에서는 그 부분에 좀더 집중했다. 그리고 매 순간 관객을 상상하며 찍었다. 왜냐하면 2014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1편을 본 관객에게 이 영화는 인생의 한 부분일 테니까. 10대 때 봤다면 20대가 됐을 테니 영화와 함께 자랐다고 해도 좋겠다. 나는 세상을 더 나아지게 하는 과학자도 정치인도 아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세상에 기여하고 싶다. 영화가 담을 수 있는 아름다운 순간들, 사랑, 포용, 용서, 끈끈한 마음이 우리를 더 나은 존재로 만들고 세상을 더 아름답게 할 것이다. 부디 이 영화가 그런 에너지를 조금이나마 전달할 수 있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