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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추천작] ‘더 체어’ ‘인어공주’ ‘리틀 조’ ‘마스터 오브 제로 시즌3’
2023-05-05
글 : 김소미

<더 체어>

넷플릭스 ▶▶▶▷

펨브로크대학 영문학과에 역사상 최초로 한국계 미국인인 김지윤 박사(샌드라 오)가 학과장으로 취임한다. ‘인문학의 위기’를 미국이라고 피해가지는 못했을 터, 가뜩이나 가면 증후군에 시달리는 지윤은 최초의 유색인종 여성 학과장이라는 독이 든 성배를 받아들고 비인기학과의 부활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위로는 매사 서글픈 노년의 백인 교수들, 아래로는 학과의 스타 교수인 남성 동료가 벌이는 사고도 수습해야 한다. 능청맞고 억척스럽게 위기 국면을 타개해가는 샌드라 오는 예의 그랬듯 넉넉한 공감과 호감을 담보한 코미디를 책임진다.

<인어공주>

디즈니+ ▶▶▶

롭 마셜의 <인어공주> 실사판을 기다리며 다시 들춰본 1989년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에서 최고의 캐릭터는 여전히 은발의 두족류 우르술라였다. 말하자면 디즈니 최고의 마녀, 빌런 시대 이전의 진정한 빌런. 멜리사 매카시의 우르술라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란 기대가 들지만 원본 우르술라에 대한 경배를 마칠 수 없는 건, 한국어 더빙판으로 듣는 <불쌍한 영혼들>(Poor Unfortunate Soul) 때문이다. 심해의 자갈들이 굴러가는 듯한 저음의 바이브레이션으로 인어공주를 휘어잡는 박정자 배우의 목소리는, 과연 디즈니 본사에서 그를 탐냈었다는 비화에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리틀 조>

왓챠 ▶▶▷

행복이라는 신기루에 사로잡히고 불확실성의 덫에 발목 잡히는 인간의 마음을 SF 호러로 포착했다. 식물 연구원인 싱글맘 앨리스(에밀리 비샴)는 향기 속 포자로 뇌를 자극해 행복감을 자아내는 꽃을 개량하고 아들의 이름을 따서 리틀 조라고 이름 붙이는데, 리틀 조에 사로잡힌 주변인들이 점점 기이한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비감정적 연기, 양식화된 숏, 작곡가 이토 데이지의 연극적 사운드를 조형해 완성된 예시카 하우스너 감독의 배양실은 행복의 가능성 앞에서 식물들에게조차 지배당하고 마는 인간의 집착과 나약함을 관찰한다.

<마스터 오브 제로> 시즌3

넷플릭스 ▶▶▶▶

뉴욕 근교의 조용한 주택에서 글 쓰고 살림하며 살아가는 레즈비언 커플 드니즈(레나 웨이드)와 얼리샤(나오미 애키)는 이상적일 정도로 완벽해 보이는 부부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인생을 향한 각자의 실망과 피로가 관계를 뜻밖의 파국으로 몰고 가는 상황을 섬세하게 스케치하면서 한때 진실로 영롱했던 감정조차 퇴색되고 마는 것이 변해가는 정원 풍경처럼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쓸쓸한 소회를 밝힌다. 웃음기는 거두고 실존적 질문을 담아낸 <마스터 오브 제로> 시즌3는 주제, 주인공, 스타일 모두 대담무쌍한 전환을 추구한 시리즈 드라마의 흥미로운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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