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롱디’, 맥북을 켜며 시작되는 장거리 연애
2023-05-10
글 : 이유채

서른을 앞둔 자동차 영업사원 도하(장동윤)에게는 월급날보다 기다리는 날이 있다. 동갑내기 여자 친구 태인(박유나)에게 프러포즈할 5주년 기념일이다. 태인이 인디밴드 보컬로 버스킹하던 때부터 곡 작업을 하러 거제도에 간 현재까지도 일편단심인 도하는 결혼으로 이 고역스러운 장거리 연애를 끝낼 생각이다. 그러나 그의 계획은 디데이에 파티 참석을 요구한 VIP 고객이자 초등학교 동창 제임스 한(고건한)의 연락으로 어그러진다. 얼굴만 비추고 오겠다 했으나 과음이 그를 연락 끊긴 애인으로 만들고 그가 여자에게 유혹당하는 영상이 태인에게 전해지면서 이별 직전까지 가게 되자 도하는 모든 것을 바로잡고자 한다.

애플 맥북의 시동 화면으로 시작하는 <롱디>는 100% 스크린 무비다. 카카오톡과 최근 통화 목록, 각종 폴더가 배치된 도하의 컴퓨터 스크린이 영화의 기본 공간이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의 라이브 방송, 영상통화와 CCTV가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토스하며 매끄럽게 전진한다. <서치> 시리즈의 제작사인 바젤레브스가 공동제작에 참여했고 그만큼 영향력 아래에 있다. <서치>처럼 도하와 태인의 연애사를 몽타주한 오프닝 시퀀스로 관객과 주인공과의 동일시를 끌어낸 뒤 그의 파란만장한 구애 과정에 밀착한다. 무수한 커플 사진을 짊어지고 휴지통으로 겨우 향하는 커서와 읽음 표시 ‘1’이 사라지지 않는 적막한 카카오톡 대화창에서 전해지는 감정은 <서치>의 울림과 상통한다. 범죄 스릴러가 아닌 로맨틱 코미디와 결합한 스크린 무비는 기발한 추적 능력 대신 일상성에 초점을 맞췄다. 누군가가 궁금할 때 그 사람의 SNS부터 톺아보는 모두가 준탐정이 된 시대와 메신저로 24시간 연결된 사회를 한 사람의 일과를 통해 소상히 구현했다. 내가 찍힌 동영상이 삽시간에 퍼지는 공포스러운 광경과 얼떨결에 유튜브 스타가 되는 과정도 담아 현실성을 강화했다. 원맨쇼와도 같은 극을 이끌어가는 장동윤의 연기가 괄목할 만하다. 빈번한 클로즈업숏에서 포착되는 그의 다양한 얼굴은 배우를 대표하는 반듯한 이미지를 깨기에 충분하며 영화 전체를 풍부하게 만든다. 아이돌 연습생 생활을 거친 박유나의 가창력을 발휘한 노래는 묘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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