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으로 정치인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는 과거로 흘러가는 시점을 선호한다. 권력을 잡는 과정이나 재임 기간에 초점을 맞춰야만 그의 정치적 위대함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재인입니다>는 퇴임 이후, 현재의 시점으로 흘러간다. 대통령으로서의 업적을 나열하고 자축하기보다 퇴임 이후 인간 문재인으로 돌아간 나날을 기록한다. 들풀 잎사귀만 보고도 풀의 이름을 술술 말하거나 반려견들과 가까운 산으로 산보를 가는 것은 이제껏 본 적 없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소박한 생활을 드러낸다. 아내 김정숙 여사와 사소한 일로 투닥거리는 모습은 여느 평범한 가족의 풍경으로 다가온다. 영화에 오로지 한적한 평화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매일같이 찾아오는 시위대는 사저 부근을 둘러싼 채 욕설을 내던지고, 두 부부는 이를 조용히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흉흉한 말 속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하는 것은 꽃을 심고 밭을 가는 것이다. 텃밭 농부로서 오늘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내는 것으로 그는 답한다.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 도종환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지원 전 국정원장, 임종석 전 비서실장 등 대통령 임기 당시 측근들과 부산 인권변호사 시절의 직원부터 고교 동창까지 일상이 보여줄 수 없는 면면을 증언해줄 많은 사람들의 솔직담백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대통령이 될 줄은 몰랐다”, “답답한 구석이 있다” 등 용기를 감행한 진솔한 이야기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며 웃음을 자아낸다. 이 과정에서 관찰 대상을 무작정 칭송하지도 무작정 폄훼하지도 않는 다큐멘터리의 안정된 균형점이 잘 드러난다. 특히 선과 악, 흑과 백, 피와 아 등 단편적인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고 현재까지의 맥락 전체를 살펴 관객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기는 게 인상적이다. 한편 <문재인입니다>의 또 다른 주인공은 바로 문 전 대통령 부부의 반려동물들이다. 유기견으로 만난 강아지 토리와 고양이 찡찡이의 귀여움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