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7일, 메가박스 성수에서 강수연 1주기 추모전 ‘강수연, 영화롭게 오랫동안’ 개막식이 열렸다. 객석을 가득 채운 영화인들 앞에 선 강수연의 동생 강수경씨는 “추모회 이야기를 김동호 위원장님께 말씀 드렸을 때 1초의 망설임 없이 ‘해야죠’ 하고 추모위원회를 구성해주셨다. 오늘 추모회는 영화인들이 만들어준 자리라 우리 가족뿐 아니라 언니에게도 특별한 의미로 남을 것 같다”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추모위원회에는 임권택 명예위원장, 김동호 추진위원장, 박중훈·예지원 위원장을 주축으로 총 29명의 영화인이 합심했다. 김동호 위원장은 “2주기 때는 좀더 학술적이고 영화사적인 면에서 강수연의 업적을 기리는 세미나와 책자 발간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수연이라는 꿈
개막식에서 김동호 추진위원장이 연출한 단편영화 <주리>(2012)가 상영됐다. 김동호 위원장은 “강수연 배우의 성격이 거의 그대로 표출돼 있어 <주리>가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극 중 통역가 역할을 맡았던 박희본도 강수연을 추억했다. “영화 속에서 선배가 ‘나 강수연이야!’라고 말하는 대사가 있는데 그게 선배를 가장 잘 표현하고 대변하는 한마디라고 생각한다. 또 ‘영화는 우리 모두의 꿈’이라는 대사도 나오는데 관객으로서 우리나라에 강수연이라는 유형의 꿈이 있었다는 것에 감사드린다.”
“다 나았다고 하는데 목소리는 잘 나오지 않는다”고 입을 뗀 안성기는 “(강)수연씨가 이 자리에 없지만 늘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러분도 다 같은 마음일 것”이라며 그리운 마음을 전했다. 스무살 무렵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1987)로 강수연과 만난 배우 박중훈은 “첫인상이 또렷하게 기억난다. 사람이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싶었다. 아름답고 화려하지만 실생활에서는 성실하고 검소했다”며 강수연을 “다채로운 면을 지닌 사람”으로 회고했다. “떠나기 얼마 전까지 함께 모여 종종 와인도 마시곤 했다. ‘<정이> 촬영이 끝나면 다 같이 만나자’고 했는데 갑작스러운 소식을 듣고 너무 슬펐다. 그 슬픔이 일년이 지났는데도 잘 가시지가 않는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제가 연출한 작품을 들고 갔을 때다. 강수연 선배가 ‘배우 출신 감독을 지지한다, 열심히 해봐라’라고 해주신 말씀이 당시 나에게 정말 큰 힘이 됐다.” 유지태의 사회로 진행된 개막식에는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해 배창호, 구중모, 안성기, 문성근, 정지영, 박중훈, 임순례, 김한민, 전도연, 문소리, 방은진, 연상호, 이정현 등 강수연을 그리워하는 300여명의 영화인이 함께했다. 5월9일까지 진행된 추모전에는 강수연이 출연한 11편의 영화 상영 및 GV 행사가 진행됐다. 공식 추모집 <강수연> 포토 아트북도 발간해 영화사에 빛나는 순간을 빚어낸 강수연 배우를 다시금 돌아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가수 김현철과 배우 공성하가 <그대 안의 블루>를 부르며 개막식의 문을 열었다. 김현철은 “<그대안의 블루> O.S.T는 내가 작업한 첫 번째 O.S.T였다”며 “강수연 배우가 객석 어딘가에 앉아 있는 것 같다. 이런 행사들이 많아져서 세상을 떠난 배우들이 멀리 가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