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으로 한 가족이 이사 중이다. 엄마 줄리아(알렉스 에소)는 두 자식을 데리고 오래된 수도원으로 가고 있다. 이곳은 1년 전 죽은 남편이 남긴 유일한 유산이다. 줄리아는 이곳을 수리하여 팔 생각이다. 아들 헨리는 무언가에 홀린 듯 수도원을 구경하다가 악령에 씌인다. 수상함을 느낀 나머지 가족은 헨리를 데리고 병원을 찾아간다. 하지만 의사는 단순히 정신병이라고 진단한다. 그날 밤 헨리는 괴상한 목소리로 신부를 데려 오라고 가족에게 명령한다. 줄리아는 에스퀴벨 신부(다니엘 소바토)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하지만 그는 아들의 몸속 악령이 원하는 신부가 아니었다. 악령이 원한 자는 교황청 수석 구마 사제인 아모르트 신부(러셀 크로)였다.
<엑소시스트: 더 바티칸>은 실제 바티칸 교황청이 공식으로 인정한 수석 엑소시스트 가브리엘 아모르트 신부의 회고록 속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공포 스릴러 영화다. 영화는 오래된 수도원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한편의 실내극 같다. 하지만 단조로움을 탈피하고자 영화는 수도원이란 공간을 다층적으로 그려낸다. 지하 공간에 서린 역사의 비밀을 두 신부가 파헤친다. 심연엔 추악한 진실과 함께 지옥의 왕인 ‘아스모데우스’가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이는 마치 퀘스트를 수행하는 롤플레잉 게임과 같은 인상을 준다. 영화의 또 다른 재미는 재귀적인 형식에 있다. “우리의 죄가 우리를 찾게 할 것이다.” 영화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이 대사처럼 두 신부는 악마를 통해 자신의 과거와 직면한다. 과거의 어떤 사건과 연루되어 느끼는 두 신부의 죄책감은 수도원 안에 교황청이 봉인했던 핵심 사건과 맞물린다. 이 모든 것은 아스모데우스의 간악한 농락으로 두 신부는 이에 놀아난다. 이러한 모습은 가톨릭 내부를 향한 자기 비판적인 제스처처럼 읽히기도 한다.
무게감 있게 극을 이끌어가는 러셀 크로는 카리스마 있는 연기와 약간의 유머를 통해 영화의 무거운 분위기를 중화시키며 매력을 발산한다. 영화는 거대한 이야기의 시작에 가까우며 전세계에 퍼져 있는 악마들을 소탕하는 속편이 제작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