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 시원한 질주와 통 큰 액션
2023-05-24
글 : 김현수

시리즈 사상 가장 강력한 적을 만났다. 도미닉 토레토(빈 디젤)가 이끄는 희대의 조직 돔패밀리가 이번엔 진짜로 와해될 위기에 처한다.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할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는 여러 편으로 구성된다는 루머가 도는 최종장의 1부에 해당한다. 현재 알려진 이 영화의 제작비는 3억4천만달러로, 시리즈 사상 최대 제작비이자 유니버설 픽처스 역사상 두 번째로 많은 제작비 규모다. 즉 전세계 도시를 오가며 불가능해 보이는 모든 길을 질주하며 이들의 질주를 가로막는 모든 걸 때려부수려 든다.

FBI와 범죄 조직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며 비밀 작전에 투입됐던 돔패밀리를 위협하는 새로운 위기는 이들의 과거에서 비롯된다. 패밀리의 리더 도미닉과 오랜 악연을 이어온 남미의 마약 카르텔 캄포스 조직의 일원이자 미스터리한 인물 단테(제이슨 모모아)가 지난 일을 복수하겠다며 이들을 찾아온다. 이번 영화는 플래시백으로 시리즈 5편 <분노의 질주: 언리미티드>의 한 장면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돔패밀리가 조직 보스 레이예스의 은닉 재산을 은행 금고째 탈취하는 데 성공한 10년 전 바로 그날, 단테가 현장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는 게 밝혀진다. 오랜 시간 그날의 복수를 꿈꿔온 단테는 도미닉과 전편에서 적으로 만났던 사이퍼(샤를리즈 테론)를 찾아가 그녀가 돔패밀리에게서 빼앗았던 프로그램 ‘신의 눈’을 다시 훔친다. 겨우 목숨만 부지한 채 도망친 사이퍼는 도미닉에게 단테의 존재를 알려주지만 이미 한발 늦은 상황. 도미닉의 동료인 로만(타이리스 깁슨), 테즈(루다크리스), 램지(내털리 이매뉴얼), 한(성 강)이 비밀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이탈리아 로마로 떠났는데 그게 사실은 단테의 함정이었던 것. 이때부터 도미닉은 과거의 적들과 손을 잡으며 단테에 맞선다.

이번 영화는 <분노의 질주> 시리즈 최종장으로서 모든 등장인물의 사연을 아우르는 과욕을 부린다. 30년간 두문불출했던 도미닉의 동생 제이콥(존 시나), 한의 원수 데커드 쇼(제이슨 스타뎀), FBI 요원 홉스(드웨인 존슨)는 물론, 비밀 정부 조직 리더 미스터 노바디의 딸로 브리 라슨도 등장해 한풀이를 남발한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료가 되는 복잡한 인물 관계는 사실 중력의 법칙을 무시한 카 체이스 장면과 격투 액션을 보여주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로마 스페인 광장의 계단이 초토화되는 장면이 가장 충격적이다. 영화의 엔딩과 한개의 쿠키 영상은 다음 편을 예고하며 끝난다.

엔진을 느끼고 갈 방향을 정하고 나면, 날아올라.

세상을 떠난 폴 워커의 빈자리를 메우는 건 도미닉과 그의 아들 리틀 브라이언과의 애틋한 관계다. 도미닉은 자전거도 무서워 못 탈 것 같은 어린 아들에게 드리프트를 가르친다. 조기교육의 성과를 빛내줄 후반부 액션을 위한 복선이다.

CHECK POINT

<분노의 질주: 언리미티드> 감독 저스틴 린, 2011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도미닉의 과거와 연관되어 있다. 그래서 시리즈 전체를 복기하고 보면 좋겠지만, 딱 한편만 같이 보기를 추천한다면 역시 5편 <분노의 질주: 언리미티드>다. 악당 레이예스의 은행 금고를 차에 매달고 질주하는 도미닉과 브라이언 콤비의 카 체이스 액션은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최고의 명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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