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봄, 마츠리(고마쓰 나나)는 병원에서 사귄 한 친구에게 캠코더를 선물로 받는다. 친구는 캠코더에 가족과의 추억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난다. 마츠리가 처음으로 목도한 죽음이다. 시간은 흘러 2013년. 마츠리는 긴 병원 생활을 끝내고 퇴원한다. 집에 돌아온 그녀는 병원에서 쓴 노트를 펼쳐본다. 노트엔 ‘폐동맥 고혈압’이란 병명과 ‘남은 인생 10년’이란 문구가 적혀 있다. 2014년 마츠리는 중학교 동창회가 열린다는 우편을 받는다. 그녀는 그곳에서 동창 카즈토(사카구치 겐타로)를 만난다. 삶의 의지를 잃은 카즈토는 집 베란다에서 뛰어내린다. 병실에 누워 나약한 태도를 보인 그에게 마츠리는 한소리 한다. 이를 계기로 마음을 고쳐먹은 카즈토는 마츠리에게 할 말이 있다며 전화를 건다.
<남은 인생 10년>은 10년이라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한 여자의 인생을 그린 영화다. 심은경이 주연한 <신문기자>로 국내에 알려진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의 작품이다. <실: 인연의 시작>에서 ‘헤이세이’ 시대를 통과했던 배우 고마쓰 나나는 이번에도 같은 시대를 통과한다. 차이점은 그녀에게 죽음이 드리운 것이다. 하지만 마츠리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희망의 끈은 카즈토에게 이어져 그의 삶을 바꾸는 계기가 된다. 영화 속 두 사람은 헤이세이 시대의 20대 청춘을 상징한다. 다리를 절뚝거리는 카즈토와 코에 산소 호스를 찬 마츠리의 모습은 시대의 통증을 신체적으로 드러내는 단적인 증거라 할 수 있다. 깊게 들어가면 영화는 헤이세이 시대에서 레이와 시대로 교차되는 것을 두 사람을 통해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영화는 난치병에 걸린 사람과의 운명적인 러브 스토리라는 흔한 멜로드라마 형식에 일본의 시대적 맥락을 녹여낸다. 일본의 연호가 바뀌듯이 카즈토가 영화 후반부에 여는 가게의 이름에 주목하자. 이외에도 신카이 마코토의 재난 3부작의 음악을 도맡은 밴드 ‘래드윔프스’가 첫 실사 영화음악 작업을 맡아 화제를 모은다. 서정적인 선율과 자연광이 돋보이는 장면이 어우러져 볼거리를 제공한다. 영화는 집필 후 난치병으로 작고한 고사카 루카의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