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인터뷰] ‘메리 마이 데드 바디’ 허광한, 결핍과 갈등을 받아들이며 서로 응원한다는 것은
2023-05-25
글 : 이자연
사진 : 오계옥

초여름날 아련한 첫사랑의 얼굴로 <상견니>의 리쯔웨이를 완벽히 그려낸 허광한은 한국영화 <너의 결혼식>을 리메이크한 <여름날 우리>의 저우샤오치를 통해 또다시 서툰 사랑으로 가득한 어린 나날을 보여줬다. 그 뒤로 자신의 필모그래피 외곽선을 부지런히 확장시켜나간 그는 드라마 <경계선의 남자>에서 비열한 악역을 시도하고, 대만·일본 합작 드라마 <루~대만 익스프레스~>에서 일본어 연기를 선보였다. 그리고 다시 허광한의 새로운 도전이 펼쳐진다. 어느 날 우연히 귀신과 영혼결혼식을 맺게 된, 다소 황당무계한 이야기에서 그는 거친 형사 우밍한이 되어 속도감 있게 돌진한다. <메리 마이 데드 바디> 시사회가 열린 지난 5월12일, 한국 관객을 만나러 온 허광한에게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코미디의 정수’에 대해 물었다.

- <메리 마이 데드 바디>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영화의 어떤 점에 끌렸나.

= 단연 청웨이하오 감독님의 작품이라 선택했다. 그리고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코믹 장르를 한번도 도전해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안정적으로 잘 소화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이야기가 재미있고 구성이 탄탄해서 관심이 갔다. 실제 촬영을 하며 코미디에 관해 많은 걸 배웠다. 우밍한 캐릭터가 텐션이 무척 높은데 템포나 톤 앤드 매너 등 코미디를 장착하기 위한 요소를 배울 수 있었다. 촬영하는 매일매일이 성장하는 시간이었다.

- 영화 초반에 마오마오(임백굉)가 우밍한을 설득하기 위해 빙의하는 장면이 있다. 맨몸으로 거리를 배회하면서 춤을 추는 파격적인 이 신의 촬영 과정은 어땠나.

= 실제 임백굉 배우가 춤추는 모습을 모사하면서 추려고 했다.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웃음) 임백굉 배우의 영상을 보면서 느낌을 살리려 디테일에 신경 썼다. 춤추는 과정을 반복해서 보면서 외우기도 하고.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평소의 내 춤 실력이 드러났다.

- 특히 우밍한은 동성애에 대한 인식 변화를 주요하게 보여주는 인물이다. 처음 시나리오를 보았을 때 우밍한을 어떤 인물로 분석했나.

= 솔직히 말하면 촬영하면서 조금 힘들었다. 스스로 우밍한의 태도나 선택에 이입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 사람 너무한 거 아냐?’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이렇게까지 대사가 입 밖으로 나오기 어려웠던 적이 없다. 무엇보다 지금 영화는 편집 과정을 거친 버전이지만 더 직설적이고 상처를 주는 대사가 많았다. 하지만 조금씩 우밍한의 상황과 태도에 일어나는 변화를 이해하면서 스스로 납득이 되니 그가 처했던 배경과 역사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 청웨이하오 감독으로부터 현장에 강한 배우라는 칭찬을 들었다고.

= 리딩부터 시간이 오래 걸렸다. 감독님이 무척 세심한 편이라 액션 신이나 스릴러 장면에서 몸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우밍한이 힘을 줘야 하는 대사는 어떻게 톤을 잡아야 할지 등 많이 지도해주셨다. 심지어 직접 열연을 펼쳐 보이기도 했다. (웃음) 그런 디렉션 덕에 많은 에너지를 받아서 여러 버전의 테이크를 진행할 수 있었다. 아마 그런 점에서 칭찬해주신 것 같다.

- 우밍한을 캐릭터화한 포인트 동작들이 많이 나온다. 한손으로 머리를 쓸어넘기거나 갑자기 공중에 양손을 뻗어 탁 멈추는 장면들이 그렇다. 이런 액션은 대본에 지시되었던 것인가, 아니면 현장에서 함께 조율한 것인가.

= 시나리오에 그런 부분까지 자세하게 적혀 있진 않았다. 연기를 하면서 자연스레 나온 행동에 가깝다. 혹시 내가 우밍한에 빙의한 건가? (웃음) 상황에 맞춰 신체적으로 반응했던 것 같다. 어디서 포인트를 주어야 마오마오의 사건을 추적해나가는 과정이 더 흥미롭게 보일지 생각하기도 했다. 촬영장 분위기가 좋았던 덕도 크다.

- 코믹으로 시작해서 호러, 범죄 스릴러, 액션, 가족 드라마까지 다양한 장르를 뒤섞는다. 이러한 장르 변화를 정확하게 드러내기 위해 어떤 점을 신경 썼나.

= 목적이 뚜렷한 하나의 여정처럼 중심 맥락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우밍한이 마오마오를 만나 처음엔 서로를 엄청나게 미워하다가 어쩔 수 없이 결혼에 이르고, 각자가 지닌 결핍과 갈등을 받아들이면서 서로 응원하게 된다. 그사이에 장르 변환을 통해 변주가 생겨나지만 중심 이야기가 흐트러지지 않길 바랐다.

- 임백굉 배우와 티키타카 호흡도 인상적이다. 연기를 맞춰보기 전 어떤 점을 의논했나.

= 시나리오 순서대로 촬영한 건 아니지만 실제 영화가 흘러가는 시간처럼 관계적 변화를 드러내려 했다. 촬영장 분위기가 애드리브나 즉흥 리액션이 비교적 자유로웠기 때문에 서로 대사를 맞추고 난 뒤 말을 덧붙이며 티격태격했다. 이번 촬영을 통해 임백굉 배우와 가까워진 덕에 두 인물의 호흡이 더 빛을 발한 듯하다. 애드리브를 두고 서로 의논을 하진 않았지만 상대방 연기를 보고 서로 안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 관객이 가장 눈여겨보길 바라는 장면을 꼽는다면.

= 아무래도 내 엉덩이가 드러난 빙의 장면. (손사래를 치며) 농담! (웃음) 특히 우밍한과 마오마오의 연대가 가장 극대화되는 마지막 장면을 눈여겨보면 좋겠다. <메리 마이 데드 바디>의 원제가 ‘나와 귀신이 가족이 된 일에 대해서’(關於我和鬼變成家人的那件事)인 만큼 실존하는 형태마저 다른 두 인물이 어떻게 궁극적으로 연결되고 교감하는지 그 감정적 변화를 봐주면 좋겠다.

- 일종의 감정 폭발이 일어나는 구간이다. 마오마오의 이야기를 대신 전달하는 만큼 우밍한의 맥락이 아닌 마오마오의 맥락을 다시금 살펴야 했다.

= 타인의 관점과 역사를 다시 되짚어보는 게 필요한 장면이었다. 특히 마오마오 아버지와 대화를 나눌 땐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 슬퍼서 나도 모르게 많은 감정이 쏟아져나왔다. 당시 모든 스탭이 그 장면에 빠져 있었는데 모니터를 보던 청웨이하오 감독님도 함께 울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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