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인터뷰] ‘메리 마이 데드 바디’ 청웨이하오 감독, 새 세대의 출현을 포착하다
2023-06-01
글 : 이자연
사진 : 오계옥

여느 날처럼 사건을 조사하다 우연히 길 위에서 붉은 봉투 하나를 줍게 된 우밍한(허광한)은 정체도 모르는 남성 영혼과 혼인을 치르게 된다. 반려영혼의 정체는 마오마오(임백굉). 이제 막 만난 새신랑에게 자신의 한을 풀어달라며 능청스러운 협박을 가하는 그는 ‘지구온난화를 위해 기부할 것’, ‘텀블러를 쓸 것’, ‘해변가 쓰레기를 주울 것’, ‘유기견을 입양할 것’ 등 현재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이야기한다. <메리 마이 데드 바디>는 기후 위기와 동물권 등 Z세대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관을 반영하면서 상대적으로 사회문제에 무감한 우밍한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간다. 젊은 세대의 관점을 극화한 인물 설정에 대해 청웨이하오 감독은 “대만에도 마오마오 같은 젊은 친구들이 많은데, 보통 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은 동물권이나 환경 문제에도 마음을 많이 쓰는 것 같다.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실천하는 새 세대의 태도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청웨이하오 감독은 아시아 최초 동성간 결혼이 합법화된 대만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영화 곳곳에 담아내기도 했다. 마오마오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극구 부인하던 아버지와 달리 손자의 정체성을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할머니가 그 풍경을 대변한다. “정책과 법규에 따라 사회적 인식은 극적으로 변한다. 대만에서 연세가 높은 분들도 이제는 동성애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이해하려는 시도가 보인다. 그런 긍정적인 변화와 메시지를 담아내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배우 허광한의 몫이 중요해진다. 차별적인 언어와 행동을 습관처럼 일삼아온 우밍한의 역동적인 인식 변화는 영화가 궁극적으로 향해가는 종착지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마오마오와 우밍한은 영혼결혼식이라는 동성애 코드를 인식받는 동시에 서로 다른 경험과 능력치로 사회적으로 결핍된 요소를 보완해주는 상호교환의 관계로 나아간다. 극의 주요한 변곡점으로서 허광한 배우와 함께한 작업 과정에 대해 청웨이하오 감독은 “우밍한의 명대사나 몸을 쓰는 액션을 결정한 뒤 허광한 배우에게 숙제를 주고 나면 혼자 명료하게 분석해온다”며 배우의 내실을 설명했다. <메리 마이 데드 바디>는 인간적이고 진솔한 이야기를 담백하게 나열하는 데 가깝다. 다만 그 전개에 코미디, 호러, 범죄 스릴러, 가족 드라마 등 다채로운 장르를 변주하며 관객이 영화가 자아낸 파도에 유유히 휩쓸리도록 돕는다. 청웨이하오 감독이 구축한 세계관 안에서 제도 변화에 따른 새로운 사회현상과 새 세대의 출현을 왜곡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