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아유]
[WHO ARE YOU] ‘트랙터는 사랑을 싣고’ 도원, 윤도진
2023-06-15
글 : 조현나
사진 : 백종헌

“‘형 영상 뜬 거 봤어?’, ‘이렇게 일정 잡힌 거 알아?’ 하면서 며칠 전부터 도진이가 내게 매일같이 연락을 해왔다. (웃음)”(도원) 인터뷰 당일 마침 드라마 <트랙터는 사랑을 싣고>의 1~2화가 네이버 시리즈온, 헤븐리를 통해 공개됐다. 긴장과 기대가 서린 얼굴로 “너무 들뜨지 않으려 노력한다”며 신중하게 답하는 배우들을 마주하자니 나머지 회차에서 이들이 보여줄 연기가 사뭇 궁금해졌다. 동명의 인기 BL 웹툰이 원작인 <트랙터는 사랑을 싣고>는 로스쿨 재학 도중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시골행을 택한 선율(도원)이 농촌 청년 예찬(윤도진)을 ‘강아지 도둑’으로 오해하며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자신의 꿈을 인정해주는 ‘선배미’ 가득한”(윤도진) 선율에게 예찬은 설렘을 느끼고, 선율 또한 “한없이 순수한 마음을 지닌 예찬”(도원)에게 점점 애정을 키워간다.

도원이 윤도진을 처음 만난 건 오디션장에서였다. “웹툰에 나오는 ‘힘찬 농민’ 티셔츠를 챙겨 입은 도진을 보고 ‘쟤가 예찬이다!’라고 생각했다.” 오디션을 준비할 때 원작을 인상 깊게 본 윤도진은 “직접 농부 스타일의 의상들을 구매하고 시골에서 장화까지 구비”해오는 열정을 보였다. 마른 편이었지만 다부진 예찬을 연기하기 위해 몸집까지 키웠다고. 대구가 고향임에도 “‘단디 잡으이소’ 같은 건 정말 시골 말투라, 할머니를 떠올리며 예찬의 대사를 연구”했다. “트랙터는 담당 PD님이 운전할 줄 알아서 현장에서 직접 배웠다. (웃음)”(윤도진) 마찬가지로 원작을 재밌게 본 도원 또한 오디션에 붙은 뒤 캐릭터를 잘 구현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선율의 굵은 감정선”을 그려내는 데 집중했다. “예찬에게 마음을 여는 과정이 실제로 내가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는 마음과 같다고 봤다. 분위기가 풀어지면서 예찬이가 준 것들을 대하는 선율의 태도가 달라지고 미소를 되찾는 점에 포인트를 뒀다.” 시골에선 비교적 편하게 옷을 입지만 농촌에 내려가기 전엔 셔츠를 비롯한 단정한 의상을 갖춰 입으며 장소에 따른 외형의 전환도 보여주고자 했다.

점점 가까워지는 선율과 예찬의 관계가 변화하는 걸 매끄럽게 표현할 수 있었던 데에는 두 사람의 친분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작품을 통해 처음 만났으나 둘에겐 운동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었고, 같이 축구를 하며 더욱 친해졌다. 서로가 편해지니 현장에선 애드리브도 자연스레 나왔다. 극 중 함께 장을 보러 갔을 때, 선율이 농사를 짓겠다는 예찬의 목표를 듣고 멋있다며 긍정해준다. “따로 설정된 리액션이 없어서 ‘부끄럽게 그런 말을 하냐’며 형을 밀쳤는데 옆으로 크게 밀려나더라. 생각보다 그 장면이 재밌게 잘 살았다. (웃음)”(윤도진) “너무 멋있는 말만 연이어 들어가면 자칫 느끼해질 수 있지 않나. 코믹함을 섞어 잘 중화해보려고 몇 차례 같이 애드리브를 했다.”(도원) 고심한 부분은 키스 신이었다. “선율을 다시 서울로 보낼 때 예찬이가 자신의 마음을 표하며 씩씩하게 보내줘야 했다. 처음 찍는 키스 신이라 정말 긴장됐고 걱정이 많았는데 형이 섬세하게 잘 리드해줬다. 가장 어려웠던 만큼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윤도진) “성별에 관계없이 키스 신은 어려운 작업이다. 예찬이와 합을 잘 맞추려 했고 찍고 나니 배우로서 한 단계 올라선 기분”이라며 도원은 당시를 회상했다.

도원, 윤도진은 어린 시절부터 올곧게 연기자로서의 꿈을 키워왔다. 웹드라마 <주인님 수라상> <연남동 키스신>, 드라마 <회사 가기 싫어> 등을 통해 자신을 알려온 도원은 “BL 장르에 대한 대중의 시선과 주목도가 달라진 걸 실감했고, 이 새로운 파도에 합류할 기회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한다. “후반부로 갈수록 드러나는 선율의 상처를 잘 보듬어주고 싶었다. 이 작품을 하면서 캐릭터를 사랑하는 법을 제대로 배웠고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는 배우가 되자고 다시금 마음을 다잡았다.”(도원) 언젠가 “우정을 다룬 누아르에 꼭 출연하고 싶다”며 당찬 포부도 밝혔다. 윤도진은 연극 무대엔 여러 차례 서봤으나 <트랙터는 사랑을 싣고>를 통해 매체에 데뷔하게 됐다. “영화, 드라마 속 배우들을 보며 저렇게 되고 싶다고 간절히 생각해왔는데 그 꿈이 마침내 실현된 뜻깊은 순간이다.”(윤도진) 할 수 있는 한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시도하고 싶다며 눈을 빛내다가도 틈틈이 “농구와 등산을 하고, 하나만 골라 소개할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강아지들의 브이로그를 챙겨본다”며 웃는다. 한편 도원은 최근 요리를 배운다며 가장 자신 있는 요리로 파스타를 꼽고, “힘들게 준비해 요리를 완성하는 과정이 연기와 닮았다”고 덧붙인다. 연기라는 본업에 진지하게 접근하면서도 일상의 소소한 기쁨을 온전히 즐길 줄 아는 두 배우의 다음 행보를 기대해본다.

FILMOGRAPHY

도원

영화 2018 <궁합>

드라마 2023 <트랙터는 사랑을 싣고> 2022 웹드라마 <주인님 수라상> 2019 웹드라마 <연남동 키스신> 2019 <회사 가기 싫어> 2018 웹드라마 <소소한 오후의 도시> 2018 웹드라마 <시작은 키스> 2017 웹드라마 <연애플레이리스트 옐로우> 2015 웹드라마 <드림나이트>

윤도진

드라마 2023 <트랙터는 사랑을 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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