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위기에 빠진 시민들을 구하는 하루를 보내는 플래시(에즈라 밀러). 그가 다른 저스티스 리그 멤버들이 바쁠 때 후순위로 호출되고 있다는 것은 업계의 비밀이다. 보다 큰 미션에 대한 갈증을 갖고 있는 그는 임무를 마치고 ‘매우 빠르게’ 일상으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자신의 새로운 능력을 발견한다. 바로 빛보다 빠른 속도로 달려서 시간을 자유자재로 이동하는 것이다. 불의의 사고로 하루아침에 부모를 동시에 잃은 과거가 있는 플래시는 브루스 웨인(벤 애플렉)의 경고를 무시한 채 과거를 수정하는 일을 저지르고야 만다. 그로 인해 발생한 시간 역설은 무수한 갈래의 멀티버스를 만들어내는데, 플래시는 그중 불시착한 한 세상에서 또 다른 버전의 배트맨(마이클 키턴)을 마주치게 된다. 그때 갑작스러운 조드(마이클 섀넌)의 지구 침공이 시작됨에 따라 플래시는 배트맨과 함께 다른 강화 인간들을 찾아나선다.
<플래시>는 DC 코믹스의 인기 캐릭터인 플래시의 첫 솔로 무비이자, 리부트 예정인 DC 확장 유니버스의 마지막 작품이다. 비교적 진지하고 무겁다는 평가를 받는 팀 내에서 분위기 메이킹을 담당했던 캐릭터가 주인공인 만큼, 영화는 대체적으로 경쾌하며 코믹적인 톤을 유지한다. 히어로팀이 뭉친다는 설정과 멀티버스를 넘나든다는 개념은 여지없이 경쟁사의 다른 영화들을 떠올리게 하지만 큰 상관은 없어 보인다. 그만큼 플래시라는 캐릭터가 가진 개성이 독보적이기 때문이다. 부모와 관련한 과거의 극복 서사 또한 히어로영화에서 닳고 닳은 소재이나, 이를 뛰어넘을 만큼의 화려한 시각효과들이 영화에 즐비해 있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예처럼 마이클 키턴의 배트맨을 포함한 다양한 버전의 슈퍼히어로에 대한 상상력 역시 상당 부분 채워질 만하다.
<그것> 시리즈를 통해 흥행 기록을 세웠던 안드레스 무스키에티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DC의 수장인 제임스 건 감독의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의 촬영을 담당했던 헨리 브레이엄의 촬영 역시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