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는 때때로 언어 바깥에서 이뤄진다.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은 복싱에 몰두하는 한 인물의 걸음을 따라가며 교감과 소통의 순간을 성실히 포착한 결과물이다. 선천적으로 귀가 들리지 않는 몸으로 복서가 된 오가사와라 게이코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는 이 영화는 스포츠영화의 틀 바깥에서 삶의 부스러기 같은, 그래서 나도 모르게 반짝이는 순간들을 주워 담는다. 프로복서 게이코(기시이 유키노)는 도쿄의 작은 체육관에서 훈련에 몰두하며 다음 시합을 준비한다. 양쪽 귀가 들리지 않는 게이코에게 복싱은 완벽하게 혼자만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수단이다. 그럴수록 게이코에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민들이 쌓여간다. 복싱을 쉬고 싶다는 편지조차 부치지 못하던 게이코는 어느 날 체육관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듣는다. 미야케 쇼 감독은 담백한 스토리로 이뤄진 최소한의 링 안에서 감정의 형태를 마주 볼 수 있도록 팽팽한 시간을 제공한다. 말을 따라가는 대신 상대의 동작을 살펴야 하는 청각장애인의 감각은 때론 복싱의 리듬으로, 때론 공간과의 대화로 이어진 끝에 문득 의미를 초월한 감응의 순간을 선사한다. 일본영화의 현재를 증명하는 작품. 46회 일본 아카데미 최우수연기상 수상작.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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