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이독자에게]
[이주현 편집장]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2023-06-16
글 : 이주현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플래시>의 공통점은? 모두 멀티버스(다중우주)를 활용하는 영화들이라는 점이다. 멀티버스의 개념을 요약하면, 내가 살고 있는 우주 말고 또 다른 우주에 내가 아닌 내가 살고 있다는 것이다. 시간여행이 유행이었던 시대가 저물고 이제는 우주와 우주를 가로지르는(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이야기가 유행하고 있다. 멀티버스 서사의 유행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시간여행을 통해 과거 혹은 미래의 나를 만나는 것과 우주의 차원 이동을 통해 또 다른 나를 만나는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두 경우 모두 동일한(혹은 동일하다고 보이는) 자아와의 대면, 즉 거울 효과를 통한 셀프 코칭의 서사라는 점에서 유사하다. 반면 전자는 현재로의 수렴과 시간의 유한함을 얘기한다면 후자는 시공간의 우주적 확장을 통한 무한과 팽창의 서사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우리는 유한한 동시에 무한한 존재라는 성찰을 담고 있는 멀티버스 작품들은 한편으로 인간의 불멸의 욕망과 시리즈의 불멸의 욕망이 합쳐진 결과물로도 보인다. 더 새롭고 더 강력한 속편을 내놓아야 하는 프랜차이즈 영화의 속성상 확장의 시도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자 결과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인피니티 사가를 넘어 멀티버스 사가로 이어진 것도 할리우드 자본의 욕망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스파이더맨은 수시로 얼굴을 바꿔가며 영생 중인 마블의 대표 캐릭터다. 토비 맥과이어, 앤드루 가필드, 톰 홀랜드까지 21세기에 스파이더맨을 연기한 배우들은 모두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수명을 연장시켰고, 2018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는 애니메이션만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다중우주의 스파이더맨들을 불러냈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에서 이어지는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에는 무려 280여명의 스파이더맨이 등장한다. ‘마스터피스 그 이상’이라며 이 영화를 극찬한 송경원 기자는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본격적인 팀 무비다. 어떤 스파이더맨이 오리지널인지를 두고 다투는 게 아니라 서로 다른 스파이더맨들의 사연을 거미줄처럼 아름답게 엮어나가는 게 중요하다”며 황홀하기 그지없는 스파이더버스의 세계를 설명했다.

문득 또 다른 우주에 살고 있을 나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지구-2023의 ‘나’가 아닌 또 다른 우주에 살고 있는 ‘나’가 존재한다면 그는 부디 순간이동 능력이든 괴력이든 초능력을 지녔으면 좋겠다. 운동을 잘했으면 좋겠고, 자유롭고 여유로웠으면 좋겠다. 적고 보니, 멀티버스는 현실의 내가 이루지 못한 가능성의 세계와 닮았다. 오늘 퇴근길에는 비틀스의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를 들어야겠다. Jai Guru Deva Om~!(선지자여, 깨달음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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