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유령 상영 관행 수면 위로 떠올라… 경찰, 멀티플렉스 3사와 배급사 3사 압수수색
2023-06-16
글 : 김소미

영화계도 압수수색을 피해가지 못했다. 6월13일 오전,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가 “멀티플렉스 3사와 영화 배급사 3곳 등 총 6곳에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수사 대상이 된 멀티플렉스 극장은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배급사는 쇼박스, 키다리스튜디오, 롯데컬처웍스다. 배급사와 영화관이 영화 관객수를 허위로 늘리는 방식으로 박스오피스 순위를 조작해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다. 영진위측은 이번 수사에 관해 “경찰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한 것으로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 추후 조사에 관해서도 경찰이 요청하거나 연락 온 바는 없다”고 전했다.

경찰은 용산CGV 사무실, 송파구 롯데시네마 본사 사무실, 서울 소재 메가박스 사무실 등에서 입장권 발권 기록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입력 자료 등을 확보했다(통합전산망은 사업자가 데이터를 직접 전송하는 방식으로 집계된다). 지난해 8월 영진위 통합전산망에서 <비상선언>(배급 쇼박스)이 새벽 시간대에 매진돼 인위적으로 예매율을 높이려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10월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한 관련 영화사들은 “심야 상영 이벤트를 위한 테스트”라고 해명했지만 이 데이터가 정상 발권으로 간주돼 한동안 예매율 및 박스오피스에 반영되면서 추후 재조정이 이뤄지기도 했다. 2021년 5월 개봉한 <비와 당신의 이야기>(배급 키다리이엔티, 현 키다리스튜디오와 합병)는 개봉 막바지 즈음 관객수가 급격히 늘어나며 순위가 24위에서 4위로 급격히 뛰었는데, 역시 새벽 시간대의 유령 상영이 문제시됐다. <뜨거운 피>(키다리스튜디오), <한산: 용의 출현>(롯데컬처웍스) 또한 비슷한 의혹을 샀다. 이번 압수수색으로 일부 배급사들이 극장과 논의해 예매율을 끌어올리거나 사전 구입한 프로모션용 예매권을 소진시키기 위해 새벽 상영을 여는 업계의 마케팅 관행이 본격적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추후 경찰이 수사를 확대하면 영화계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지켜봐야 할 시점이다. 현재 조사를 받고 있는 멀티플렉스 3사, 배급사 3사 모두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으로 경찰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공통된 답변 외에는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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