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뉴욕 록펠러 센터 앞에서 여러 발의 총성이 울린다. 경찰이 체포한 남자는 20대 초반의 대니 설리번(톰 홀랜드). 심문관 라야(어맨다 사이프리드)는 총을 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그에게서 특별한 면을 발견하고 사건과 관계없는 그의 내밀한 이야기를 들어주기 시작한다. 어렸을 때 죽은 쌍둥이 동생 아담, 엄마 캔디(에미 로섬), 가장 친한 친구 조니 그리고 계부 말린에게서 도망쳐야 했던 순간에 자신을 받아준 이트잭과의 이야기 등 다양한 에피소드가 취조실을 채운다. Apple TV+의 10부작 드라마 <크라우디드>는 1970년대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성폭행범으로 체포된 빌리 멀리건의 이야기를 재구성한 픽션으로 6월2일, 첫 번째 에피소드가 공개됐다. 주연배우이자 제작자로 활약한 톰 홀랜드, 배우 어맨다 사이프리드, 에미 로섬과의 화상 인터뷰를 통해 몇 가지 질문을 건넸다.
- 어떻게 이 작품에 출연하게 됐나.
톰 홀랜드 이전에 해보지 않은 역할을 하고 싶었다. 새로운 역할을 향한 도전은 촬영장에서 가슴을 뛰게 한다. 지난 10년을 스판덱스를 입은 채로 거꾸로 매달려 지내다보니 불편한 상태에 익숙해진 것 같다. (웃음) 지금까지 <크라우디드>만큼 도전하고 싶은 작품은 없었다. 배우로서, 제작자로서 그리고 개인으로서 여러 도전을 요구하는 작품이었다.
아만다 사이프리드 바로 직전에 다른 캐릭터를 연기한 게 영향을 주었다. 다양한 캐릭터에 접근하는 기회는 내가 새로운 작품을 선택하는 동기이기도 하다. 연기를 막 시작했을 때부터 다양한 얼굴을 그리고 싶었다. <크라우디드>의 라야는 사람을 궁금해하는 사람이다. 열정이 넘치는 한편 아직 어린 대니를 잘 이끌어준다. 라야가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톰 홀랜드와 연기하고 싶었다. 이렇게 복잡한 캐릭터를 그가 어떻게 해석하고 체화할지 직접 보고 싶었다.
에미 로섬 우선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었다. 1970년대 뉴욕이라는 시간적·공간적 배경도 마음에 들었다. 캔디의 여정도 좋았다. 캔디는 꿈 많은, 젊은 엄마다. 아들 대니와도 친근하고 가까운 관계를 가진 듯 보이지만 플래시백을 통해 모자 관계의 진짜 문제를 발견하게 된다. 어떤 시점으로 둘의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했는지, 캔디의 결정이 대니를 얼마나 상처받게 했는지 등 알 수 없었던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착한 사람도 나쁜 의도를 지닐 수 있단 걸 캔디를 통해 알게 됐다.
- 실제로 톰 홀랜드보다 10살이 많은데 엄마 역을 맡았다. 처음 역할을 제안받았을 때 어땠나.
에미 로섬 이야기 안에서 캔디는 16살 때 대니를 임신했다. 관객이 만날 캔디는 25살부터 35살까지다. 가장 나이 많은 캔디도 실제 나보다 어리다. 그래서 내가 젊은 엄마를 연기하는 게 어색할 거라 생각하진 않았다. 무엇보다 톰과 함께 연기하는 게 무척 흥미로웠다. 대니와 캔디는 서로 마주보는 거울 혹은 평행선 같다. 같은 행동도 서로에게 다른 의미를 지니고, 생존을 위해서라면 유사한 선택을 한다. 가족 안의 비밀, 세대로 전해지는 트라우마 등을 아름답게 보여준다.
- 대니 설리번은 개인사가 복잡한 캐릭터다. 이 캐릭터를 어떻게 준비했나.
톰 홀랜드 아주 긴 여정이었다. 연기 코치와 억양 코치를 매일 만나 우리가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지, 이 작품이 대니에게 요구하는 게 무엇인지 논의하는 데 오랜 시간을 보냈다. 대니는 감정 스펙트럼이 넓은 캐릭터다. 그래서 특별하다.
- 라야는 타인을 향한 공감능력이 뛰어나지만 자신의 위치를 지키고 싶어 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이 균형점은 어떻게 찾았나.
아만다 사이프리드 라야와 대니는 시간이 필요한 관계다. 시간이 지나 서로에게 신뢰가 쌓였을 때 새로운 국면을 함께 맞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라야를 연기하는 동안 긴장을 풀 수 없었다. 앞과 뒤에 어떤 장면이 놓여 있는지 늘 신경 써야 했다. 대니에게도 관객에게도 내가 아는 걸 함부로 알려줄 수 없었다. <크라우디드>를 몇번이고 봤는데 볼 때마다 새로운 점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도 현장에서 이렇게 멋진 동료들과 연기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 제작자로서 무척 적극적이었다고. 제작자로서 이 작품에 참여하면서 배운 점이 있다면.
톰 홀랜드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이다. 제작자로서 활동한 게 처음은 아니지만 이 작품만큼은 꼭 맡고 싶었다. 대니 설리번이라는 역할이 얼마나 벅찬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되도록 <크라우디드>에 대해 잘 알고 싶었고, 직접 지휘하고 싶었다. 알렉산드라 밀칸, 아키바 골즈먼처럼 나를 잘 아는 제작자들과 파트너로 일하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제작자로서 해야할 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배웠다.
- 내일(6월1일)이면 27살이 된다. 생일 축하한다. (웃음) 이 시점에서 이 작품은 당신의 커리어에 어떤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나.
톰 홀랜드 <크라우디드>는 내 인생에서 영원히 특별한 작품으로 남을 거다. 내 삶의 터닝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11살 때부터 배우로 활동하고 그동안 많은 행운이 따라줬다. 하지만 내 삶엔 여전히 교육이 부족하다. 중학교까지만 이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맨다, 에미, 아키바 골즈먼, 윌 체이스처럼 배울 점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일한 시간은 그 자체로 내게 큰 도움이 되었다. <크라우디드>에 영원히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