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넷플릭스 예능 <먹보와 털보>의 인터뷰로 만난 노홍철은 ‘떠나고 싶을 때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여행’이 자신이 꿈꾸는 여행이라 했다. ‘너 커서 뭐 될래 했는데 뭐가 된 노홍철’은 지금도 그 꿈을 열심히 실천하며 사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려서 TV 앞에서 코 박고 살았던 나도 ‘너 커서 뭐 될래’ 소리를 적잖이 들었다. 어른이 되어서도 ‘뭐가 되려고 이러느냐’는 얘기를 종종 들었는데, 결국 영화 잡지를 만들며 살고 있다. 어쨌든 뭐라도 되었다는 얘기다.
이번주 <씨네21>에는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좋아하다 무언가 이룬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 담겨 있다. 우선 <문라이즈 킹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프렌치 디스패치> 등을 통해 영화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확고한 스타일리스트 웨스 앤더슨 감독과 그의 신작 <애스터로이드 시티>에 대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유전> <미드소마> 단 두편으로 21세기 호러영화의 새로운 거장으로 호명되고 있는 아리 애스터 감독과의 긴 인터뷰도 실었는데, 그는 본인의 영화가 아닌 본인이 좋아하는 영화 얘기를 할 때 유독 눈을 반짝였다고 한다.
이번주 특집에선 교양·예능 분야의 여성 PD 4인- <다큐멘터리 걸;GIRL>의 이은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의 백시원, <여성백년사ꠓ-그때도 틀리고 지금도 틀리다>의 이혜진, <더 디저트>의 김나현- 을 만났다(참고로 최근 화제를 모은 넷플릭스 예능 <사이렌: 불의 섬>의 이은경 PD는 넷플릭스에서 인터뷰 요청을 거절해 아쉽게 만나지 못했다). “어렸을 때부터 TV 보기를 워낙 좋아해서 방송국에 들어가 일하고 싶었다. 그래서 PD라는 직업이 있다는 걸 알았을 때부터 PD가 꿈이었다”는 김나현 PD, “어릴 때부터 TV가 너무 좋아 당시 여의도에 있던 KBS, MBC 등 모든 방송국을 찾아다녔다”는 이은규 PD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의 모습도 겹쳐 보였고, 좋아하는 것 가까이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며 덕업일치를 이룬 이들의 즐거움도 짐작할 수 있었다. 한편, ‘여성 PD’라 쓰고 싶지 않았으나 직업 앞에 성별을 명시한 데에는 이런 이유도 있다. “우리 시사교양팀을 생각해본다면 부장급 이상에 여성이 없다. 책임 PD(CP)에 여성이 전무하다. 드라마국에도 없다. 예능국엔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결정권을 가진 직급에 여성이 없으니 여성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어도 가로막힐 때가 많다. 그래도 요즘엔 <골 때리는 그녀들> <사이렌: 불의 섬> 등 다양한 여성 중심 콘텐츠가 대중에게 사랑받으면서 예전보다는 설득이 수월해졌다.”(백시원 PD) 희망적인 것은, 요즘은 방송국 PD들의 성비 균형이 꽤 맞춰지고 있다는 것이다.
변화는 시작됐고, 미래는 밝을 것이다. 새로운 도전을 하고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는 이들의 경험을 공유하는 건 그래서 중요하다. 우리를 꿈꾸게 만드는 창작자들의 이야기가 여러분에게도 영감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