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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주의 드라마톡] ‘행복배틀’
2023-06-30
글 : 유선주 (칼럼니스트)

인스타그램을 10년째 방치하고 트위터에서 노닥거리고 있지만 어디가 낫다고 평하고 싶지는 않다. 어딘가에 속하려면 입력된 것만큼 내놓아야 하는데, 내가 보는 만큼 드러낼 콘텐츠가 없으니 인스타에 머물 수 없겠구나 했을 뿐이다. 심심찮게 벌어지는 폭로나 공론화, 사과문을 두고 추리와 심판을 보태는 트위터에 붙어 있는 형편이니 다분히 자극적인 제목의, ENA 드라마 <행복배틀>을 보며 인스타에 전시하는 소비를 비판하고 행복의 진위를 가린다고 썩 나은 사람이 될 것 같지도 않다. 양심은 챙기고 호기심을 인정하자면 <행복배틀>의 가장 큰 재미는 SNS가 어떻게 ‘배틀’이 가능한 장소가 되고 무기로 이용되며 보상과 페널티를 주는지 파고들며 증거와 의심의 작동을 짚어가는 점이다.

고등학교 이후 연을 끊고 지냈던 재혼 가정의 동갑내기 자매 오유진(박효주)의 사망 후, 장미호(이엘)는 남겨진 조카들의 임시 보호자가 되어 고급 아파트의 유치원 커뮤니티에 발을 들이게 된다. 은행의 SNS 마케팅팀 대리인 미호는 유진과 행복 배틀을 벌이던 주변인들의 인스타를 살피며 드러내는 것과 드러내지 않음을 선택한 의도를 파악하는 극의 SNS 수사관 역할을 맡는다. 정보값이 많은 이미지들이 범람하는 드라마에서 본다는 행위는 미호라는 인물을 읽고 겹칠 수 있는 중요한 통로가 된다. 타인에게 곁을 주지 않는 냉랭한 그가 피가 섞이지 않은 법적 조카들의 ‘진짜 이모’가 되는 계기는 버스 창밖으로 빠르게 스치는 어린 조카들의 잔상을 흘려보내지 못해서였다.

18년 만에 재회해 증오의 말을 퍼붓고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순간까지 사납던 유진의 얼굴, 미호가 그 상을 되새기는 까닭은 외면하고 미뤘던 진실을 이제 마주하기 때문이다. 친자매보다 애틋하던 둘의 균열은 미호의 엄마 임강숙(문희경)이 만들었고 이제 미호는 엄마의 얼굴을 똑똑히 볼 차례다.

CHECK POINT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딸을 팔고, 딸을 배신하는 엄마들이 <더 글로리>에 있었다. <행복배틀>은 심리적으로 지배하는 엄마와 위축된 딸의 관계를 좀더 보편적인 공감이 가능하도록 그리는데 강숙이 미호에게 던지는 언사를 요약하자면 “네가 정색하면 내가 뭐가 되니”가 되겠다. 억눌린 감정에 속도감을 붙여 폭발시키는 장면을 유독 잘 찍는 김윤철 감독의 연출이 미호와 강숙 사이에도 마련되어 있기를 기대하며, 온 존재를 걸고 사과를 거부하는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의 수경(양말복)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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