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이 일본에 함락당한 1940년대에 경찰이 된 두 남자가 있다. 처음부터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성장한 남강(양조위)과 평등을 바라던 건실한 청년 뇌락(곽부성)이다. 둘은 수복 후 홍콩이 다시 영국 정부의 통치를 받기 시작한 50년대 들어서부터 살 길을 찾고자 부패 경찰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그 시작에 삼합회 14K의 소탕 작전과 국민당 시위대 진압 사건이 있다. 그 과정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남강과 뇌락은 경찰 조직 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르게 되고, 이를 통해 홍콩 뒷골목의 검은돈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계속해서 몸집을 키워나간다. 그러나 이들의 호시절은 오래가지 못한다. 협력 관계였던 둘은 각자의 세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조금씩 부딪히기 시작한다. 동시에 홍콩 시민들의 분노를 잠재우려는 목적으로 시작된 정부의 반부패 수사가 본격화됨에 따라 둘의 갈등은 피할 수 없게 된다.
<풍재기시>는 제1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기항지>를 통해 부천초이스 장편부문 작품상을 수상한 옹자광 감독의 신작이다. 전 작에서도 실화를 소재로 다루며 홍콩의 현실을 효과적으로 드러냈던 옹자광 감독은 <풍재기시>에선 홍콩 근현대사의 암흑기라고도 할 수 있는 1940년대부터 70년대까지를 실존 인물인 남강과 뇌락의 시선으로 그려낸다. 영화는 두 인물이 특정 시점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그런 측면에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아이리시맨>이나 수많은 ‘원스 어폰 어 타임…’류의 영화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스타 배우 양조위와 곽부성이 두 문제적 인물을 연기했다는 점과 지나치게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방식으로 연출되었다는 점은 당시의 홍콩에 대한 감독의 심정이 어떠한지를 명확히 드러낸다. 더불어 남강의 피아노 연주에 맞춰 뇌락이 탭댄스를 추는 장면은 실존 인물의 히스토리와는 별개로 근사하다. 뇌락의 아내 채진 역을 맡은 두견과 <기항지>의 주연으로 작품상과 함께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제시 리 등 조연들의 활약 역시 기억에 남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