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비평]
[비평] ‘여자’는 팀이 될 수 있는가,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
2023-08-09
글 : 듀나 (영화평론가·SF소설가)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 개봉 이후 톰 크루즈가 없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상상도 할 수 없다는 말을 여기저기에서 종종 듣는다. 그 말에 100% 동의하지만 그래도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지 어리둥절해하며 머리를 긁적일 수밖에 없다. 오리지널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설정은 캐릭터가 몽땅 바뀌어도 이야기 진행에 아무 지장이 없는 종류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시리즈의 배우들은 꾸준히 바뀌었고 1988년에 나온 속편 시리즈까지 포함한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고정으로 출연한 배우와 캐릭터는 단 한명도 없다. 피터 그레이브스(영화에서는 존 보이트)가 연기한 팀의 리더 짐 펠프스도 시즌2부터 등장했다(첫 번째 리더인 댄 브릭스는 배우 스티븐 힐이 안식일에 일하는 걸 꺼려하는 정통주의 유대교도라 하차했다). 설정에서 캐릭터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캐릭터들의 역할이었다. 리더, 변장의 명수, 테크 전문가, 근육 그리고 여자의 역할만 확보된다면, 그들이 누구더라도 팀은 별 탈 없이 움직였다.

여성 캐릭터의 ‘홍일점’ 위치

여기서 신경 쓰이는 건 ‘여자’라는 표현이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엔 늘 흑인 남자가 한명 있었지만 (이 전통은 영화 시리즈에서 빙 레임스가 연기한 캐릭터 루터 스티켈로 이어진다) 그들의 역할은 ‘흑인’이 아니었다. 모두 테크 전문가라는 역할이 따로 있었다. 하지만 여성 캐릭터의 역할이 뭐냐고 물으면 ‘여자’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물론 모두가 연기를 해야 하는 사기 집단에 여자가 한명 있으면 큰 도움이 되긴 한다. 하지만 정말 그게 전부인가? 시리즈 내내 여성 캐릭터의 ‘홍일점’ 위치는 쉽게 바뀌지 않았다. 다시 말해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여자들에게 ‘여자’ 역할이 아닌 무언가를 주지 않았다. 그리고 속편에선 순전히 새 여성 멤버에게 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해 이전 여성 멤버를 살해해버리는 일이 일어났다. 속편의 케이시 랜들은 영화 시리즈가 시작되기 전, 시리즈 내에서 목숨을 잃은 유일한 IMF 멤버였다.

영화 시리즈가 시작되기 전엔 그래도 사정이 좀 나아지긴 했던 모양이다. 브라이언 드 팔마가 감독한 <미션 임파서블> 도입부에선 여성 멤버가 둘로 늘어나 있다. 하지만 에단 헌트를 제외한 팀원들 전원이 몰살당하면서 이 느린 발전은 순식간에 의미를 잃는다. 여기서부터 치밀한 팀워크라는 <미션 임파서블>의 설정도 깨진다. 그보다 에단 헌트의 버스터 키튼 스타일의 맨몸 액션이 더 중요해졌다. 에단 헌트가 근육, 변장의 명수, 리더까지 맡았으니 교묘한 사기 행각의 앙상블도 의미를 잃는다. 이제 미션 임파서블팀은 현장 요원과 테크 전문가로 나뉜다. 3편부터 사이먼 페그가 연기하는 벤지 던이 고정이 되었지만 이 캐릭터도 루터와 마찬가지로 테크 전문가다. 젠 레이(매기 큐)와 제인 카터(폴라 패튼)라는 여성 멤버가 3, 4편에 등장했지만 이들이 시리즈 안에 녹아들 수 없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이들이 안정적으로 시리즈 안에 머물며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톰 크루즈라는 남성 슈퍼스타가 그 공간을 먹어버렸다. 다시 말해 여자들에게 IMF의 환경은 텔레비전 시리즈 때보다 나빴다.

이런 상황에서 레베카 페르구손이 연기한 일사 파우스트라는 캐릭터가 등장해 만만치 않은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건 일사가 IMF라는 팀 바깥에서 존재하며 에단 헌트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일사는 상대역이었다. 팀원이 아니라. 톰 크루즈가 버티는 한 IMF는 여자들에게 그리 좋은 직장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이런 걸 고려해봤을 때,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의 포스터는 예상외로 바람직했다. 일사 파우스트와 버네사 커비가 연기한 무기상 알라나 미트소폴리스를 포함해 적어도 네명의 여자들이 등장했다. 영화가 시작되니 네명의 존재감도 상당했다. 폼 클레멘티에프가 연기한 파리는 훌륭한 악당이었고 헤일리 앳웰이 연기한 소매치기 그레이스는 거의 투톱 주인공 중 한명이라고 해도 될 것 같았다. 그리고 그레이스는 만능의 현장 액션 요원이 아닌, 자기 전문 특기가 있는 최초의 여성 캐릭터처럼 보였다. 이 모든 게 바람직했다.

‘여자’ 역할 이상의 기능을 가진 존재는 가능할까

그러다 다들 분노하는 일이 일어났다. 일사 파우스트가 그레이스를 지키려다 죽어버린 것이다. 여기에 어떤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모든 걸 고려한다고 해도 이 부분은 모든 게 안 맞았다. 일단 일사에게 어울리지 않는 안티 클라이맥스였다. 둘째로 이 죽음은 케이시 랜들의 죽음을 연상시켰다. 이놈의 시리즈는 수소 원자도 아니면서 내부의 여성 캐릭터를 오로지 한명밖에 허용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여담이지만 죽음 전에 에단 헌트와 어울리지 않게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한 것도 걸렸다. 그 때문에 일사는 ‘냉장고 속 여자 친구’에 더 가까워졌다.

결국 조금 전으로 돌아간다.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이 많은 여성 캐릭터들에게 숨 쉬고 활동할 기회를 준 건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의 존재감과 운명은 오로지 에단 헌트와의 관계에 의해서만 결정된다. 그리고 그레이스가 등장하자 궤도에서 튕겨나가는 일사에 비하면 에단 헌트가 목숨을 살려줬기 때문에 ‘은혜 갚은 호랑이’가 되는 파리는 그래도 정상적인 편이다. 여성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에서 이번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은 수상쩍을 정도로 옛 본드 영화를 연상시킨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도. 원작의 앙상블 공식이 유지되었다면 여자들의 위치는 보다 안정적이었을 것이다. ‘여자’ 역에 그친다고 해도 그 위치는 리더와의 관계와 상관없이 독립적일 것이기에.

우리가 본 영화는 시리즈의 1부다. 그리고 이 영화는 최근 유행하듯 나오고 있는 2부작의 1부치고는 이야기를 잘 마무리한 편이다. 하지만 아직 이야기의 끝이 열려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기대할 수 있다. 이 글과 어울리는 기대는 에단 헌트와 함께 일하는 여성 캐릭터가 두명 이상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중 한명은 ‘여자’ 역할 이상의 기능을 가진 존재일 것이다. 물론 이 수상쩍을 정도로 본드 영화스러운 흐름 속에서 이 숫자가 줄어들 가능성도 만만치 않고 반대로 우리가 지금까지 본 걸 다 뒤집는 일이 일어날 가능성도 아주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모든 게 기대 이상으로 잘 풀린다고 해도 톰 크루즈의 원맨 액션쇼라는 영화 시리즈의 틀 안에서 이 여자들이 숨 쉴 틈을 찾아낼 수 있을까. 아니면 그 기회는 톰 크루즈가 퇴장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라는,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단계를 거쳐야 찾아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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