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은 말 없는 몸짓이 아니던가. 노장 댄서인 다나카 민의 춤에는 언어와 노래,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가 끼어들 때도 있다. 단 한번도 같은 춤을 추지 않는 그의 춤은 ‘장소의 춤’이라 불린다. 사람들이 에워싸거나 아무도 없는 공간은 그의 무대가 된다. 여기에는 정해진 안무가 없고 음악이 없으며 무대의 앞뒤 구별이 없다. 다나카 민이 추구하는 춤은 ‘예술이 되기 이전의 춤’이다. 그러나 그의 춤은 원시에 추던 춤이나 누구도 필요로 하지 않는 춤이 아니다. 각기 다른 장소에서 태어나 오로지 지금 여기에 있는 춤은 그의 과거와 교차한다. 어린 시절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들을 피해 축제 행렬에 숨어들고는 도망치려던 것도 잊고 무아지경으로 춤을 추었다는 다나카 민의 일화는 우리가 다큐멘터리를 통해 목격하는 그의 춤과 가장 닮았다.
<이름 없는 춤>은 2017년 8월에서부터 2019년 11월에 걸쳐 5개국, 48곳에서 다나카 민이 추었던 춤의 일부를 기록한다. 한 무용수의 실험적 작업에서 시작하는 다큐멘터리는 시야와 세계를 주변으로 확장해나가는 대신 그의 삶으로 파고든다. 다나카 민의 현재와 과거, 댄서로서의 자아와 긴밀한 어린 시절의 기억이 맞물리며 진행되는 동안에 다큐멘터리는 자칫 산만해지거나 자기 설명적으로 될 여지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다나카 민의 보이스 오버 내레이션과 일부 장면에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은 한 사람의 현재를 기록하고 과거를 수집하는 길을 선택한 다큐멘터리가 채울 수 없는 빈칸을 메워나간다. 다나카 민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카메라는 그가 무대로 삼는 여러 장소와 무용수의 몸을 통상의 기대처럼 롱숏으로 촬영하기보다 파편적인 신체의 클로즈업과 자연물의 일부를 담아내는 데 더욱 집중한다. 카메라가 그의 춤으로 다가갈수록, 장소를 떠돌며 추는 춤이 끝에 다다를수록 그는 춤추는 자에서 멀어져 명상하는 자에 가까워진다. <이름 없는 춤>은 춤추는 자의 생애이자 춤추는 자의 몸에서 태어나고 사라진 춤의 생애에 관한 기록이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과 <메종 드 히미코>로 국내에 잘 알려진 이누도 잇신 감독의 첫 번째 다큐멘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