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달짝지근해: 7510’, 비뚤어진 사람들에게 지지 않는 순정
2023-08-16
글 : 정재현

절대 미각을 가진 제과 회사 우수사원 치호(유해진)는 MBTI 유형으로 보자면 ‘파워 J’(계획형)에 속하는 인물이다. 기상시간, 취침시간, 출근시간, 퇴근시간이 모두 동일하고 매일 먹는 식사도 과자와 치킨뿐이다. 자기 생활로 충만해 타인이 틈입할 공간이 없는 치호는 숫기도 없어 매사가 쑥스럽다. 도박을 일삼는 형 석호(차인표)의 무리한 요구도 군말 없이 따르고 길 가던 행인과 시비가 붙어도 맞서느니 져주고 피하길 택하는 남자다. 한편 일영(김희선)은 어디서든 씩씩하고 싹싹하게 살아가는 여성이다. 캐피털 회사로부터 대출을 상환하지 못해 괴로워할 법한 상황에서도 빚진 회사에 취직하고, 구박이 일상인 사격 선수 딸 진주(정다은)에게도 굴하지 않는다. 어느 날 형의 빚을 갚기 위해 일영이 일하는 캐피털을 방문한 치호는 우연한 사고로 일영과 엮이게 된다. 연애 경험이 전무한 남자 치호와 연애의 즐거움을 오랫동안 잊고 산 여자 일영은 서로에게 스며들며 각자의 일상에 꼭 필요한 존재가 되어간다. 이들이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갈 무렵, 둘의 연애를 달가워하지 않는 이들이 등장한다.

<달짝지근해: 7510>은 익숙한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을 유쾌하고 사려깊게 변주하여 특별한 멜로영화로 관객 마음속에 자리할 법한 영화다. 감독의 전작 <증인>의 캐릭터들이 그랬듯 치호와 일영 또한 세상의 잣대에 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며 사랑한다. 치호와 일영은 서로의 좋은 점만 보고, 각자의 인생에 부족한 점을 채워주며 사랑해간다. 둘은 상대에게 생색을 내거나 자신이 베푸는 마음 이상의 무언가를 요구하지 않는다. 어찌 보면 지나치게 이상적인 사랑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이는 치호와 일영 캐릭터를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 가능하다. 영화는 치호와 일영이 만나기 전 각자가 어떤 성정을 지닌 사람인지 꽤 긴 시간을 들여 진득하게 묘사한다. 시나리오와 연출이 사랑에 서툰 두 인물이 서로에게 빠지기까지를 관객과 함께 응원하고 기다려주는 듯한 인상이다. 이한 감독의 전작에 출연한 배우들이 영화의 한 장면을 온전히 떠받드는 카메오로 등장하는 점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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