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ST’는 매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취향과 영감의 원천 5가지를 물어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이름하여 그들이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오퍼: ‘대부’ 비하인드 스토리>
영화 한편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 너무 상세해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올 지경이다. 영화를 위해 뭔가를 계속 시도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노력이 불발될 때의 상황을 보면 내가 다 지치는 것 같다. 하지만 고난만큼 행복의 강도도 크다. 코를레오네 가족을 맡은 배우들이 처음 모여 즉흥극을 하는 장면이 있다. 그때 찍힌 프랜시스 코폴라의 표정이 딱 <콘크리트 유토피아> 반상회 촬영 현장에서의 내 얼굴 같더라. 이 순간, 이 사람들이 정말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입이 귀까지 걸렸던 기억이 떠올랐다.
<더 크라운>
최근 본 영화, 드라마를 통틀어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느낀다. 시즌2까지 봤는데 뒷부분도 계속 재밌길 바라는 중이다.
<명견 실버>
내가 지닌 정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애니메이션 O.S.T를 <콘크리트 유토피아> 음악 작업에도 많이 참고했다. 아파트 주민들이 “아파트 만세! 아파트는 주민의 것!”을 외치는 장면이 그중 하나인데, 1970~80년대 일본영화와 애니메이션에 자주 쓰였던 풍의 음악을 삽입했다.
<이웃집 토토로>
우울할 때면 <이웃집 토토로>를 본다. 무작정 틀어놓고 보고 있으면 그냥 기분이 좋아진다. 다들 웃고 있는데 이상하게 슬프고, 슬픈데도 보고 있으면 행복하다. 마음 깊은 곳에 있는 무언가를 건드리는 작품이다.
<터미네이터> 시리즈
<터미네이터> 1, 2를 빼놓을 순 없겠다. 어린 시절 내게 막대한 영향을 준 작품이다. 생각해 보니 디스토피아 세계관, 시간의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콘크리트 유토피아>나 <가려진 시간>이 떠오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