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작은 어촌에 과거가 알려지지 않은 비밀스러운 청년 야마다(마쓰야마 겐이치)가 이사를 온다. 오징어 공장에서 일을 시작한 그는 공장 사장의 소개로 알게 된 무코리타 공동주택에 입주한다. 인적이 드물어 평화로우면서도 무료한 이곳 마을에는 나름의 개성을 지닌 이웃들이 살고 있는데, 대뜸 찾아와 욕실을 빌려달라고 할 만큼 뻔뻔하고 능청스러운 옆집 남자 시마다(무로 쓰요시)가 대표적이다. 어느 날, 야마다는 시청의 사회복지 공무원으로부터 오래전 연이 끊긴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듣는다. 죽은 지 며칠 뒤에야 악취로 인해 이웃에게 발견되었다는 아버지의 마지막은 야마다에게 응어리진 감정을 떠올리게 한다.
장소(<카모메 식당>의 헬싱키, <안경>의 미야코지마섬)에서 대상(<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의 고양이,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의 성소수자와 대안가족)으로 초점을 옮겨가며 거칠고 공허한 현대인의 삶과 그 치유 가능성을 이야기해온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이 본격적으로 죽음이라는 소재에 중점을 둔 영화 <강변의 무코리타>로 돌아왔다. 낯선 어촌에서 새 출발하려는 주인공 야마다는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는 아버지의 죽음을 갑작스레 알게 되고, 엉겁결에 ‘유족’이 되어 ‘유류품’과 ‘유골’을 수령한 뒤 장례식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이 과정에서 아버지의 물리적 죽음 그 자체보다도 야마다를 둘러싼 조용하고 고요한 일상 속에 내포된 죽음의 기운이 영화에 서늘하고 스산한 분위기를 부여한다. 차분하고 평온한 태도로 유골을 묘사하는 무연고 사망 담당 공무원부터, 어린 아들과 함께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묘석을 판매하는 미조구치(요시오카 히데타카), 암으로 세상을 떠난 남편을 잊지 못한 채 슬픔과 분노에서 비롯된 기묘한 감정을 토로하는 집주인 미나미(미쓰시마 히카리)까지, ‘사람은 누구나 죽을 수 있다’는 미조구치의 판촉 문구처럼 영화는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죽음을 담담한 태도로 환영하고 응시한다.
죽음이라는 키워드가 영화 전반을 이끌지만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요리와 식사 장면은 여전히 존재감을 잃지 않는다. 이는 소소하고 소박한 것들을 따듯하게 묘사해온 감독의 인장이기도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는 진리를 구태여 거부하지 않으면서도 매일 세끼 밥 먹는 상투적 순간을 짐짓 하찮게 여기며 으스대려 하지 않는, 일종의 ‘두발로 땅을 딛고 선’ 영화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렇게 삶과 죽음이, 추모와 치유가 공존하는 무코리타의 여름 풍경은 보는 이의 마음을 녹이며 잔잔한 위로의 궤적을 남긴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이다.
죽은 자의 영혼은 하늘을 헤엄쳐 가는 거야.
영화 속에서 (물질로서의) 죽음이 유골로 표현된다면, 영혼은 무엇으로 표현될까? 다소 엉뚱하고 천진한 어떤 상상 혹은 믿음과 함께 등장한 이 대사는 곧 뜻하지 않은 사랑스러운 기적과의 조우로 이어지는데, 이는 이 영화에서 잊지 못할 장면 중 하나다.
CHECK POINT
<굿’바이> 감독 다키타 요지로, 2009
야마다보다 ‘직업적으로’ 죽음에 더 가까운 <굿’바이>의 초보 납관사 다이고(모토키 마사히로) 또한 아버지에 애증을 품고 있다. 2009년 제8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이 영화는 <강변의 무코리타>와 마찬가지로 삶과 죽음의 경계와 공존을 일상적 풍경 속에서 담백하면서도 보드랍게 그려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