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현 작은 마을에 전입해온 타니구치 다이스케(구보타 마사타카). 유독 과묵해서일까,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는 다이스케의 과거에 대한 소문이 무성하다. 부유하고 유서 깊은 여관의 둘째 아들임에도 가족과 절연하여 고향을 떠나왔다는 사실이 사람들에게 알려진 그의 유일한 과거다. 생계를 위해 벌목을 하고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다이스케는 리에(안도 사쿠라)가 운영하는 문구점을 자주 방문하면서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되고, 상실의 슬픔이 있는 리에와 감춰진 아픔이 있는 듯한 다이스케는 점차 가까워져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에 이른다. 평화롭고 화목한 시간이 계속되리라 믿었던 어느 날, 불의의 사고로 다이스케가 세상을 떠나고 묘지 안장을 의논하기 위해 그의 형이 리에의 집으로 찾아온다. 다이스케의 형은 불단에 놓인 사진을 보고도 동생임을 알아보지 못하고 리에에게 말한다. “이건 다이스케가 아닌데요.” 리에가 사랑한다고 믿었던 사람은 대체 누구일까. 변호사 키도 아키라(쓰마부키 사토시)는 리에의 의뢰를 받아 그의 행적을 뒤쫓기 시작한다.
한 사람과 그 인생을 어떻게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을까. 이름 뒤에 숨겨진 타니구치 다이스케의 과거가 조금씩 베일을 벗을 때 그의 삶을 지켜보는 주변인과 우리는 과연 무엇이 진실하고 거짓된 삶인지 감히 말할 수 있을까. 감독 이시카와 게이는 히라노 게이이치로가 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원치 않게 평범한 삶으로 돌아갈 수 없었던 한 남자를 둘러싸고 사회와 타인이 그를 어떻게 규정하는지를 바라본다. 재일 한국인, 가족, 범죄를 소재로 활용하고 있지만 영화는 장르적 과장으로 보일 수 있는 요소는 극히 제한하여 일본 사회의 단면을 조용히 드러낸다. 쓰마부키 사토시가 변호사 키도 아키라 역을 소화하는데 감옥에서 죄수인 오미우라(에모토 아키라)와 대면하는 장면은 배우의 열연이 돋보이면서 영화의 강점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절제된 연출과 연기, 군더더기 없는 사운드와 편집이 돋보이는 웰메이드 미스터리 드라마로 2023년 일본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을 포함해 8관왕에 올랐다.